영어체험장 활용 '신의 한 수' 될까?

입력 2014-02-06 11:00:26

범어 영어거리 정상화

대구 수성구 범어월드프라자 영어거리는 입주했던 점포들이 대부분 철수한 바람에 텅 빈 상태이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영어거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전창훈기자
대구 수성구 범어월드프라자 영어거리는 입주했던 점포들이 대부분 철수한 바람에 텅 빈 상태이다.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영어거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전창훈기자

대구 수성구 범어월드프라자 내 영어거리는 을씨년스럽다. 2012년 4월 영어거리에 입주했던 점포들은 현재 편의점과 카페를 제외하고 모두 철수한 상태로 빈 점포들만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대구시는 영어거리를 살리기 위해 대구시교육청과 활성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첫단추 잘못 끼워

김선영(32'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지난해 후반까지는 그나마 몇몇 점포들이 영업을 했는데 이제는 모두 사라져 유령거리가 돼 버렸다"고 했다.

대구시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남은 점포에 철수 명령을 내려 관련 업주들도 답답할 뿐이다.

길이 370m의 범어월드프라자는 2006년 11월 약 480억원을 들여 착공해 2010년 2월 문을 열었다. 당시 상가 관리를 맡은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구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과 연결돼 있는 등 입지 조건이 좋은 점을 고려해 명품매장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다시 일반상가로 전환하려고 했지만 임대사업자나 입주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빈 공간으로 방치됐다.

대구시는 활용 방안을 놓고 고심한 끝에 2010년 말 영어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점포 72곳 가운데 39곳에 여행사, 편의점, 푸드코트, 편의점, 커피숍 등을 배치해 영어를 사용하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시는 민간사업자에게 운영권을 맡겨 2012년 4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운영된 곳은 10곳이 채 되지 않았다. 민간사업자는 운영난을 겪으면서 임차료와 관리비 등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영어거리는 새 틀을 짜야 할 상황이다. 영어거리를 운영하던 민간사업자인 ㈜판테온대구도심영어거리는 임차료와 관리비 등 2억여원을 연체해 대구시와의 명도소송에 휘말렸고 지난해 10월 패소했다. 이에 따라 점포들은 거의 철수했고, 현재 남아 있는 편의점과 카페도 나가야 한다.

◆어떻게 리모델링하나?

대구시가 대구시교육청에 범어 영어거리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 줄 방침이어서 시교육청이 영어거리를 어떻게 활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와 시교육청은 1년 가까운 논의 끝에 시교육청이 범어영어거리 운영을 맡는 것으로 최근 의견 조율을 했다.

시교육청은 한 번 실패한 사업을 되살리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 이 사업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아직 시교육청이 마련한 마스터플랜은 없다. 다만 초등학생을 위한 '영어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만 정했을 뿐이다. 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이희갑 과장은 "영어거리가 실패했는데 또 영어체험이냐고 할 수 있지만 대구가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된 만큼 '영어'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며 "영어거리를 공교육 개념의 영어체험장으로 만들 방침"이라고 했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초등학교 교사 10여 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초등학교 영어캠프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는가 하면, 지난 1월에는 싱가포르나 홍콩 등 외국에 인력을 파견해 유사 사례나 운영 실태도 파악하고 있다. 교사 TF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 뒤 올해 상반기에 전문가 TF를 조직해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기존 공간을 재구성하는데 사업비가 필요한 만큼 내년 예산 반영을 위해 늦어도 9월 전에 사업계획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내년에 예산을 확보하면 2016년 내부 공사를 거쳐 영어거리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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