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에 칼을 빼들었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강도 높은 제재를 하기로 했다. 부채 문제는 수십 년을 끌어 온 것인데 최근 정부가 사활을 걸고 나온 데는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예상되는 공기업이 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주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배어 있다.
◆공공기관 부채의 심각성
사실 우리나라 곳간은 다소 여유가 있다. 2011년 기준 한국의 채무 비율은 35.1%에 불과해 일본(200%)은 물론 국가 채무에 깐깐하기로 소문난 독일(87%)보다도 낮다. 하지만 공기업 부채가 포함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공식적인 국가채무에 잡히지 않는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493조원으로, 이미 국가채무(446조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 채무에 포함되면 전체 부채 비율은 두 배로 불어난다. 공기업만 따져보면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220%에 달해 이미 국가 경제의 암적인 존재가 됐다.
산출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올해의 나랏빚은 774조원에 달하고 여기에 공공기관 빚을 더하면 1천200조원을 넘어선다. 이자에만 약 20조원을 내는 셈이고, 이는 예산의 9%를 차지한다. 한 달 고생해서 100만원을 버는 월급쟁이가 10%는 고스란히 빚을 갚는 데 사용하는 셈이다.
◆부채 증가의 이유
공공기관의 부채는 왜 이렇게 늘어가고 있을까? 우선 경영상의 한계가 공공기업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국민을 위해 공리 목적을 갖는 기업이다. 따라서 비현실적인 수입 구조를 띠고 있다. 선진국보다 낮은 통행료와 전기요금이 도로공사와 한국전력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시장 논리와는 무관한 사업을 추진한 것도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공익 목적이 있으나 수익성이 낮은 정부의 궂은 사업을 대행하다 보니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자원공사의 경우 4대강 사업을 추진한 뒤 부채는 10조원 급증했다.
국가 주도로 경영되는 공기업의 특성상 주인의식 없이 추진돼 온 방만한 경영도 이미 오래된 지적 사항이다. 방만 경영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강원랜드의 경우 카지노 시설을 두 배로 늘리는 것도 문제됐으나, 당시 전 직원에게 수백만원을 지급하고도 모자라 같은 규모의 자사주를 무상 배당한 것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강원랜드의 1인당 복리 후생비는 1천만원에 육박해 웬만한 아르바이트생 연 수입보다 높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부에서 정보를 더 투명하게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고 이 같은 문제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게 된다"며 "전문성과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는 낙하산 사장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과다한 복지 혜택 등 방만 경영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없나
공공기관 부채 문제에 대한 심각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접근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크게 부채 탕감과 요금 인상 등을 통한 경영 현실화가 대안으로 꼽힌다.
경영 현실화와 관련, 지난해 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수센터장은 보고서를 통해 "위험 수준에 도달한 공기업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요금을 현실화하고 무리한 사업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성태 한구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공기업은 디폴트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감당 안 되는 수준으로 부채가 증가하기 전에 정부가 한 번쯤은 부채 탕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기업 스스로의 개혁도 필요하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책은 공기업들의 손발을 꽁꽁 묶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궁극적으로 공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옥석을 가려 우량 사업을 더 크게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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