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에 만나는 그림 한 점 '나른한 오후전'

입력 2014-02-04 07:10:32

13일까지

한아름 작
한아름 작 '소파와 앵무새'
권아리 작
권아리 작 'Siesta'

점심을 먹고 나면 찾아오는 오후의 나른함은 종종 예술의 소재가 된다. 김광석은 1992년 '나른한 오후'를 발표했고 빈센트 반 고흐는 낟가리 밑에서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는 농부를 묘사한 작품 '낮잠'을 세상에 내놓았다. '낮잠'은 밀레의 그림을 모사한 작품으로 고흐는 푸른색과 보라색, 노란색과 주황색 등을 대조적으로 사용해 밀레의 파스텔 그림과 매우 다른 독창적인 느낌을 만들어냈다.

나른하고 늘어지는 오후를 주제로 한 전시가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갤러리H(현대백화점 대구점)는 13일까지 '3:00pm 나른한 오후전'을 연다. 나른한 심신을 달래주기 위해 마련된 전시로 권아리, 박현웅, 서은미, 정성원, 한아름 등 5명의 작가가 잔잔한 여운을 주는 작품을 출품했다.

내면 속 여행을 묘사한 권아리 작가의 작품 'Siesta'는 잃어버린 혹은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환기시킨다. 박현웅 작가의 'Bon Bon'에는 상상력이 꿈틀거린다.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게 묘사된 동화 같은 작품을 보고 있으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서은미 작가는 인형을 소재로 한 'Twinkle Twinkle'을 선보였다. 작가에게 인형은 사람이 만들어낸 창조물이자 이상형이다. 작가는 인형과 사람의 이미지를 결합해 현대 여성들이 갈망하는 외모를 가진 여인상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과도한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의 마음을 담아냈다.

정성원 작가는 작품 'Antic and Eternal return'을 통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큰 행복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잊고 있었던 꿈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아름 작가의 '소파와 앵무새'는 보육원 아이들과 나눈 정서적 교감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왜 버려졌는지 의식하지도 못하는 나이에 너무나 가혹한 일을 당한 아이들을 보면서 인간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는 소파와 앵무새가 작품의 주제가 되는 것을 통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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