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별 그대'와 공상

입력 2014-02-04 07:37:39

'외계인은 대박 상품'.

외계인을 주제로 한 영화, 드라마가 크게 히트를 치고 있다. 요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미국 할리우드에선 외계인이 영화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가 성공한 이후 외계인을 주제로 한 수많은 작품이 제작됐다. '인디펜던스 데이' '맨 인 블랙' '에이리언' '트랜스포머' '프레데터스' '어벤저스' 등 외계인이 출연하는 영화는 역대 흥행 수익의 상위 랭킹에 올라 있다. 물론 정통 SF(공상과학) 영화가 아니다. 대중의 기호에 맞춰 코미디 또는 액션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는 잡탕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가 각광받는 이유는 현대인의 불안한 정체성과 대리 만족 욕구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외계인을 통해 답답하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껏 공상의 나래를 펴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다. 영국의 작가 버틀러가 '고통은 실제로 있는 것이지만, 모든 쾌락은 공상의 산물'이라고 한 말과 연관이 깊다.

외계인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지구 외의 행성에 존재하는 지적인 고등 생물체'로 돼 있다. 우주 크기를 볼 때 외계인은 충분히 존재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외계인을 영화에서처럼 문어 대가리 모양이거나 해파리, 혹은 악어, 공룡처럼 생겼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진화론적 입장에서 지적인 외계인이라면 지구인과 닮은 형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립보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에 뇌와 눈, 코, 입, 귀가 모여 있고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졌을 것이라고 한다. 인간이 우주상에서 가장 지적인 고등 생물체라는 가정에서 만들어진 학설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400년 전 지구에 내려온 남자 주인공, 외계인이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설정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거기다 초능력을 갖고 있고 멋들어지게 생겼으니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황당무계하고 어이없는 설정 같은데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우리 주변 여건이 너무나 고달프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 싸움에 취업난, 파업, 빈부 격차 등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다. 남녀 간의 순수한 사랑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다. 만약 남자 주인공 도민준 같은 초능력을 갖고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각기 다르겠지만, 필자는 맨 먼저 '여의도 국회를 지구 밖으로 날려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너무 심한 짓일까.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