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합격 당락 뒤바꾸는 전산 오류, 철저하게 관리해야

입력 2014-02-03 11:30:01

대구대의 전산 오류로 정시 모집 지원자 456명의 당락이 뒤바뀌었다. 대구대는 합격자 발표 뒤 성적 재검토 과정에서 수능 영어 B형을 치른 학생에 대한 25% 가산점이 반영되지 않은 것을 발견해 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불합격 처리한 가군 151명, 나군 71명, 다군 6명 등 228명이 합격하면서 이미 합격한 228명은 불합격이 됐다. 대구대는 2일 정정 발표와 함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학부모와 수험생의 항의가 잇따랐다. 대구대 측은 "처음에는 가산점을 반영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됐는데 마지막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나 가산점이 모두 빠졌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에서 전산 오류로 합격자가 뒤바뀐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숭실대는 883명을 선발하는 수시 전형에서 지원자 1만 4천611명을 모두 합격 발표했고, 2006년에는 동아대 의예과에 합격한 6명의 점수 처리 오류가 드러나 불합격 처리됐다. 또, 2002년 부산대에서는 불합격권인 86명이 전산 오류로 합격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서 피해를 당한 불합격자를 구제할 방법은 없다. 2002년 부산대가 입학 정원 유동제를 적용해 86명을 추가 합격자 명단에 포함해 처리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편법이다. 또, 부산대 사례는 이미 다른 대학까지 등록이 끝난 상태에서 발생해 입학 정원 유동제를 적용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대학이 정시 합격 등록 전이어서 이 제도를 원용하기도 어렵다. 대구대 측은 "합격에서 불합격 처리된 대부분 수험생은 후보군이어서 추가 합격이 되거나 복수 지원한 다른 대학에 합격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소수는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는 당락 번복은 대학이 복잡한 입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전산 작업 뒤 재확인이라는 기본적인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이다. 대구대가 이미 합격자를 공고한 상태에서 뒤늦게 재확인 작업을 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학 측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정정하면 그뿐이지만, 당락이 바뀐 수험생의 낙담과 정신적 피해는 헤아리기 어렵다.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입시 관리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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