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이름과 나이의 사회학

입력 2014-01-28 11:26:47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타 워리워리 세브리캉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 담벼락~'.

옛날 김 부잣집 3대 독자가 태어났는데 부디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려 70여 자의 긴 이름을 지었다. 목숨이 그지없다는 의미의 '수한무'(壽限無)를 붙이고 '십장생'(十長生)과 '삼천갑자 동박삭'은 물론 장수한 외국인 이름과 이미지까지 다 쓸어 넣었다. 그리고 한 자도 빠짐없이 다 불러달라고 했다. 하루는 그 귀한 아들이 연못에 빠졌는데, 친구가 급히 달려와서 '김수한무~'가 위급하다고 전하면서 긴 이름을 몇 번이고 고쳐 부르는 사이 그만 물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미국 하와이에 사는 재니스 로켈라니~(Janice Lokelani Keihanai~)라는 50대 여성의 이름은 성만 따져도 영문자 기준 35자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자신의 이름이 제대로 적힌 운전면허증을 가져 본 적이 없다며 최근 주 정부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름 바꾸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가정법원의 집계에 따르면 2011년 8천600여 건이던 개명 신청 건수가 2013년에는 1만 400여 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과거에는 놀림감이 되는 특이한 이름이나 남녀 성별이 혼란스러운 이름 등을 바꾸는 사례가 대다수였으나, 최근에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개명을 신청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이름을 바꾸면 당장 취직에 도움이 되거나, 팔자도 좀 나아질까 하는 기대에서다.

게다가 중국의 영향으로 한자 표기가 가능하면서 영어로 발음하기도 쉬운 이름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50, 60대 장년층의 경우 정년을 연장하거나, 연금을 빨리 받기 위해 나이를 낮추거나 높이는 생년월일 변경 신청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불황이 낳은 신풍속도이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역대 최고 권력자들도 자녀 이름을 짓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이름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를 바가 없는 모양이다. 역학자들은 옷이 몸에 맞아야 하듯 이름도 그 사람의 그릇에 맞아야 제격이라고 한다. 김춘수 시인도 '꽃'이란 시에서 설파했다. 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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