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A(60) 씨는 최근 생년월일을 1954년에서 1956년으로 바뀌기 위해 법원에 호적 정정 신청을 냈다. A씨는 생년월일을 바꾸면 정년연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가 정년인데 잘못된 생년월일을 변경할 경우 2년 정도 더 근무할 수 있게 된다"면서 "정년이 연장되면 노후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경기불황 속에 정년을 연장하거나, 연금을 빨리 받기 위해 법원에 생년월일 정정을 신청하는 50, 60대 장년층이 늘고 있다.
대구가정법원에 따르면 생년월일 변경 등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건수는 지난해 1천9건으로 2012년 894건에 비해 12.9% 늘었다.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건수는 매년 700~800건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1천 건을 넘어섰다.
법원 측은 생년월일 정정 건수를 정확히 분류할 수는 없지만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건수의 절반가량은 생년월일 변경이며, 신청자 대부분은 50, 60대라고 밝혔다.
예전엔 나이를 줄여서 정년을 늦추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나이를 높여서 연금을 빨리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B(58) 씨는 최근 출생연도를 1956년에서 1949년으로 바꾸기 위해 법원에 신청했다. B씨는 "6'25전쟁 중 출생신고를 했기 때문에 출생연도가 제대로 기재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생년월일을 바꾸면 당장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어 신청했다"고 했다.
C(64) 씨도 출생연도를 1950년에서 1946년으로 바꾸려고 한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65세일 경우 진료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년월일을 바꾸는 것은 '신분 세탁' 우려 탓에 어렵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선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호적을 고친 뒤 퇴직연장이 가능하지만, 민간기업의 경우 회사 내규에 따라 정년연장에 실패하기도 한다.
대구가정법원에 따르면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인용률은 50~60% 정도다. 인용은 심판을 청구한 청구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말한다.
최근 생년월일을 1954년에서 1951년을 바꾼 C(63) 씨는 "초등학교 입학 증명서를 보면 5살에 입학한 것처럼 나타나 생년월일을 변경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의 한 법무사는 "생년월일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년월일이 찍힌 돌사진, 초등학교 입학 증명서 등 생년월일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중요하다"면서 "치과에서 받아오는 치아 감정 등은 확실하지 않아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대구가정법원 관계자는 "연령 정정은 정년연장 신청 등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행정혼란을 막기 위해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했다.
영남대학교 백승대 교수(사회학과)는 "50, 60대의 연령 정정 신청 증가는 경기불황과 개인의 살림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노령 인구가 취업 등을 통해 사회적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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