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THE GREEN 소유의 괴물

입력 2014-01-24 07:53:35

KBS1 '글로벌 대기획 색(色)'24일 오후 10시

인간은 모두 호색가(好色家)다. 오감 중에서 시각을 통해 87%의 정보를 취득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색을 보고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던 원초적인 욕망이 담겨 있다. KBS 1TV 'KBS 글로벌 대기획 색(色)' 편이 24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생명과 안식을 상징하는 초록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중세 유럽에서 악마는 초록색이었다. 오늘날의 헐크, 프랑켄슈타인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많은 괴물들은 초록색을 하고 있다. 초록은 자연 상태에서는 흔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면 인체에 치명적인 색으로 돌변한다.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방사능 물질인 라듐은 어둠 속에서 초록으로 빛난다.

마다가스카르 원주민들에게 초록은 공포의 색이다. 초록색 카멜레온을 보면 죽거나 아이를 낳지 못하는 저주를 받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 헤이스팅스 주민들에게 초록은 축복이다. 해마다 5월 초, 초록의 생명력을 만끽하는 축제 '잭 인 더 그린'(Jack in the Green)이 열린다.

초록은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갈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자연의 초록을 갈망한 인간은 녹청이라는 최초의 인공 초록 안료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녹청(綠靑)은 금방 변색해버렸다. 또 변치 않는 초록을 갈망해 온 인간은 '셸레 그린'(Scheele's Green)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초록은 치명적인 독소를 가지고 있었고 사람들을 죽였다.

'셸레 그린'은 마네, 터너 등 화가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19세기 벽지에도 사용됐다. 19세기 중반 초록색 벽지에서 나온 증기 때문에 아이들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그제야 비소 안료인 '셸레 그린'의 위험성에 주목하게 됐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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