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조울장애-들떴다 가라앉았다…예측 못 할 우리 아이, 혹시?

입력 2014-01-23 14:27:34

학업'교우 관계'진로 문제 등 요즘 청소년들은 수많은 고민거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직 자아 형성이 불완전한 시기여서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조그마한 외부 자극에도 과민한 반응을 하기 쉽다. 이런 과도적 격동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청소년들은 부모님에게 이유 없이 반항하거나, 작은 일에도 깊은 감정의 진폭을 보여주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까지 가는 경우가 있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조울장애는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기분의 항진, 과대한 자만심, 과잉행동을 보이는 조증과, 정반대 상태로 기분이 극도로 가라앉는 우울감이 반복되는 증상을 보인다. 양극성 장애라는 병명으로 불리는 조울장애는 보통 15~19세의 청소년기에 처음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조울장애를 앓고 있는 청소년에게서 기분의 변화는 수시간에서, 수일, 수개월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조증 땐 자신감 과다'들뜬 정신 상태

청소년 조울 장애는 임상 증상 면에서 성인과는 몇 가지 차이를 보인다. 먼저 첫 기분 증상은 서서히 발생하며, 초기에는 정도가 심하지 않아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처음 기분 증상은 조증이 아닌 경조증이나 우울 삽화(기분의 변화와 더불어 신체 정신적인 변화가 함께 일어나는 상태)인 경우가 자주 있고, 비전형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절도, 기물 파손, 등교 거부 등과 같은 심각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파괴적 행동 장애 중의 하나인 품행 장애와 구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조증 상태에서는 자신감이 과하고, 수면에 대한 욕구가 감소하고,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고 빠르다. 일상생활에서 무절제하게 물건을 마구 사거나, 무분별한 성적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면서 기분은 계속 들뜬 상태로 유지되어 거침없이 행동하게 된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학생이 수업시간에 갑자기 활달해지면서 질문도 많아지고, 선생님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진단 쉽지 않아 ADHD 오인되기도

청소년 조울 장애가 의심되더라도 부모님들이 감별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최근 소아청소년 조울 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양극성 장애로 진단되는 청소년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진단이 그리 쉽지는 않다. 조증 삽화일 경우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같은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기분 장애와는 구별해야 한다. 청소년 조울증은 기분 동조성 정신병적 양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종종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또한 청소년 조울증은 파괴적이고, 폭발적인 행동 양상으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품행 장애로 오진되기도 한다. 다른 정신과적 질환에 비해 자살 위험성이 높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조울증은 크게 I형과 II형으로 구분된다. 진단 기준상의 증상이 명확히 나타나는 조증이 한 번 이상 있고 그 외의 우울증이 나타날 때 I형 조울증이라고 하고, 조증보다는 강도가 약한 경조증만 동반될 때는 Ⅱ형 조울증이라고 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두 가지 중 어느 것으로도 분류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조증 삽화가 4일 미만이거나, 분명한 삽화는 아니지만 ADHD나 파괴적 행동 장애로 나타나면서 조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이다.

재발 잦아 장기적 추적 관찰'치료 필수

조울 증상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이 가장 먼저 사용된다. 치료는 급성기 치료와 유지 치료로 구분될 수 있다. 자살 위험도가 높거나, 정신병적 양상을 가지고 있거나, 공격적이고 절제되지 않은 행동을 보일 경우에는 입원 치료를 하는 것이 빠른 치료를 위해 좋다.

조증 삽화의 급성기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로 기분안정제가 사용된다. 급성기 치료가 끝난 후에도 유지 치료가 필요하고,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청소년기 발병 조울증은 성인에 비해 완전회복률이 떨어지므로 재발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의 경우 짧은 유병 기간이 반드시 예후를 좋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외래로 약물치료를 유지하고, 꾸준히 면담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최태영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