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체험 "또 갈래"
지역 산업은 산업관광의 든든한 토대다. 지역에 있는 문화, 음식, 공예, 농산물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관광자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산업을 활용한 산업관광은 지역특산품의 가공과 판매, 테마단지, 체험 프로그램 등이 주를 이룬다. 글로벌기업에 비해 관광객들의 접근이 쉽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민과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우러졌다는 점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치즈의 모든 것이 한곳에, 임실치즈테마파크
이달 10일 오전 전북 임실군 성수면 임실치즈테마파크 파크관. 광주에서 온 유치원생 20여 명이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알프스 소녀처럼 차려입은 체험강사가 우유를 굳힌 커드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자! 지금부터 서른까지 세어 보세요." 아이들이 합창하며 숫자를 세자 체험강사가 물에 잠긴 커드를 힘껏 주물렀다. 부풀어오른 커드를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길게 늘이자 마치 홍두깨로 민 칼국수 반죽처럼 널찍하게 늘어났다. 환호하던 아이들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 다시 뭉친 치즈를 가늘고 길게 늘였다. 아이들은 치즈를 먹거나 찢어보며 즐거워했다. 이렇게 만든 치즈는 잘라 통에 넣어 나눠준다.
2011년 문을 연 임실치즈테마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치즈마을이다. 13만㎡ 규모의 테마파크는 치즈관과 테마관, 파크관, 캠프촌, 치즈캐슬, 치즈과학연구소, 유가공공장 등이 들어서 있다. 치즈의 연구와 제조'유통, 체험까지 한 곳에 집적된 셈이다. 건물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치즈 산지인 아펜젤라 마을을 재현했다. 특히 성(城) 모양의 치즈캐슬에는 임실치즈의 역사와 치즈의 특징을 다양한 캐릭터 인형으로 안내하는 홍보관도 갖추고 있다.
임실군은 치즈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2004년부터 8년간 국비 등 271억원을 투입했다. 낙농 기반 조성과 낙농농가 지원이라는 목표를 낙농업과 가공산업, 관광산업이 결합한 6차산업으로 이루는 셈이다. 개관 첫해인 2011년 4천 명이던 유료 체험 방문객은 2012년 7만5천 명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9만 명에 이르렀다. 판매장만 둘러보는 방문객까지 더하면 연간 25만 명이 찾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유료 방문객 11만 명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배찬수 (재)임실치즈테마파크 원장은 "테마파크와 인접한 당당마을과 치즈마을, 비슬마을 등 3곳과 연계한 경관조성사업도 추진 중"이라며 "300억원을 투입해 유럽풍의 테마파크와 전통이 살아있는 마을 풍경이 어우러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술 박물관, 산사원
이달 9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산사원. 한파특보가 발령된 쌀쌀한 날씨에도 박물관을 찾은 방문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방문객들은 30여 가지의 전통술을 시음하며 평가를 하거나 가양주 문화관에 전시된 옛 주기(酒器) 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눈이 채 녹지 않은 산사정원을 둘러보며 연신 사진을 찍는 연인들도 있었다.
산사원은 전통술 제조업체인 배상면주가가 2002년 설립한 전통술 박물관이다. 전통 방식의 술 제조 방법과 증류주 보관창고, 다양한 주류 시음 및 판매 공간, 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1만3천㎡ 규모로 연간 4만여 명이 방문하는 포천 지역의 주요 관광지다.
산사원은 배상면주가의 포천공장 옆에 세운 2층 건물이었다. 배상면 창업주와 아들인 배영호 대표이사가 수집한 각종 유물과 고서적, 전통술 자료 등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이었다가 전통술 갤러리로 확대됐다. 2009년에는 증류주 숙성시설과 한옥 등이 들어선 정원을 조성하며 볼거리를 더했다.
산사원 안에는 겹오가리, 용수, 항아리 등 가양주 유물과 술 관련 고서적들이 전시돼 있다.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주기들과 누룩, 술 빚는 전통문화를 재현한 미니어처 등도 볼 수 있다. 배상면주가에서 생산한 30여 가지의 술도 직접 맛볼 수 있고, 직접 술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1970년대 배상면 창업주가 직접 사용했던 압착기와 살균기, 현미경 등 각종 유품도 전시돼 있다.
정원에 들어서면 650ℓ 용량의 옹기항아리 400여 개가 줄지어 들어선 '세월랑'이 눈길을 끈다. '田'(전)자 형태의 세월랑에는 전통 증류주가 숙성된다. 이 건물은 2010년 한국생태건축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남 부안의 만석꾼 집의 쌀 창고를 그대로 옮긴 부안당과 누룩을 상징하는 우곡루, 경주 포석정 형태의 유상곡수와 담양의 소쇄원을 모작한 취선각 등도 있다.
이생환 배상면주가 산사원 담당자는 "수익이 크게 나진 않지만 각종 체험과 시음 등을 통해 기업 홍보와 구매 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는 영동 와인코리아
충북 영동군 영동읍에 자리 잡은 와인코리아는 1996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이다. 포도 농가 43명이 700만원씩 모아 설립한 영농조합법인이 모태다. 현재는 포도농가 600여 명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샤토마니'라는 자체 브랜드로 레드와인 4종과 화이트와인, 스파클링와인 등을 생산한다. '샤토마니'는 '마니산 농장의 포도주'라는 뜻이다.
와인코리아는 포도 출하량 조절과 적정가격 유지, 농가 소득 증대 등을 목표로 설립됐다. 지역 특산물인 포도와 와인을 관광과 결합한 형태다. 2001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폐교를 고쳐 전시'체험시설을 갖췄다. 1인당 120여 병가량 저장할 수 있는 개인 저장고도 대여하며, 와인을 주문하면 결혼 사진이나 개인적인 사진을 라벨로 인쇄해준다. 한 번에 8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와인 족욕장은 가장 인기 있는 체험 코스다.
2층 전시장에는 작가들의 작품을 라벨로 만든 마스터스 컬렉션도 있다. 2006년부터 매년 작가 12명이 라벨을 제작한다. 진열된 제품 하단에는 각 라벨을 제작한 작가나 제품 설명이 붙어 있다.
전체 견학은 가이드 투어로 진행된다. 와인 공장과 갤러리를 돌아본 뒤 와인족욕장에서 20분간 족욕 체험을 하고, 참나무통 숙성실을 둘러본 뒤 시음을 하는 코스로 구성된다. 특히 2006년 도입된 와인트레인이 활성화되면서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전체 관람객 10만 명 가운데 2만여 명이 와인트레인 관광객이다. 특히 와인트레인에 공급하는 와인의 납품 규모는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한다. 다양한 홍보 활동도 펼치고 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천일의 약속' 등에 협찬 광고를 하며 눈길을 끌었고, 지난해에는 와인종합홍보관을 개관했다.
류준성 와인코리아 관리부 팀장은 "영동군과 와인투어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는 상품을 검토 중"이라며 "숙박'체류형 관광으로 변신하기 위해 펜션 등 숙박 시설 확충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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