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실세로 대개 두 사람을 손꼽는다. 청와대에서는 기춘대군이라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이고 새누리당에서는 최경환 원내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경북 경산'청도 지역구 3선 의원인 최 원내대표는 원조 친박(親朴)이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고, 지난해 5월 원내대표에 뽑혔다.
15일 최 원내대표가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에 대해 "폐지하면 여러 부작용이 우려돼 대안 없는 폐지는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논란이던 기초선거 정당 공천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것이다. 이어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 폐지 철회를 당론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때 언급도 하지 않았고, 황우여 당 대표도 '오픈 프라이머리(국민 참여 경선) 입법'이라는 물타기 수법으로 슬쩍 지나간 것을 최 원내대표가 매조지고 당이 따라가는 것을 보면 실세라는 것이 실감 난다.
이 문제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기득권 포기'라는 측면이 강해 실현 불가능으로 보였다. 그러나 2012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양대 후보가 동시에 공약해 제도의 폐해에 대한 공감대가 높았던 국민은 많이 기대했다. 여기에다 민주당이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더욱 기대가 부풀었지만, 결국 새누리당이 꼬리를 내렸다. 폐지 철회를 당론으로까지 결정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식적인 첫 공약 철회라는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이 된다.
우롱당한 국민은 백수광부(白首狂夫)의 아내가 만들었다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나 부를 수밖에 없다. '임아, 물 건너지 마오. 그예 임은 물을 건너네. 물에 빠져 죽으니 이제 임은 어이할꼬'(公無渡河 公竟渡河 墮河而死 當奈公何)라는 가사다.
공천 폐지 문제는 이미 강을 건넜지만, 새누리당을 물에 빠뜨릴 기회는 아직 있다. 빠뜨릴지 말지는 국민의 몫이고, 그 몫은 선거에서 투표로 챙겨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이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꼬리를 돌돌 마는 개그를 보인 새누리당에는 개그로 응수하는 것이 제격이다. '새누리당! 공천 폐지 문제로 국민 우롱하다 물에 빠져 죽어 봐야(6월 선거에서 참패해 봐야) 정신 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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