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 0순위 떼놓은 자리로" 우르르

입력 2014-01-16 11:12:56

지방경찰청 홍보계장은 총경으로 가는 동아줄?

대구경찰청이 최근 경찰청 승진 인사로 공석이 된 홍보계장을 뽑는 데 장장 10시간 20분의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홍보계장이 경찰청의 시책을 언론을 통해 밖으로 알리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자리여서 적격자를 찾는데 심사숙고했다는 게 겉으로 드러난 이유. 하지만 내심에는 이 자리가 예비 총경 자리로 인식돼 그만큼 예민한 사안이란 점이 자리 잡고 있다.

15일 오후 2시 30분 시작된 홍보계장 선출 인사위원회 회의는 날을 넘긴 16일 0시 50분이 돼서야 대구청 김병철 외사계장(경찰대 5기)을 홍보계장으로 선임하는 안에 합의하고 마무리됐다.

계장 한 명을 뽑는데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회의가 진행된 건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사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후보가 6명이나 되다 보니 업무수행능력 등 여러 가지 검증 절차를 거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후속 인사 등 전방위적인 조직의 틀까지 고려해야 해 회의가 길어졌다"고 했다.

홍보계장 자리는 2011년부터 이를 맡아오던 박봉수 경정이 이달 9일 자로 총경으로 승진한 데다 곧바로(13일 자) 총경 직무교육에 들어가면서 공석이 됐다.

이에 따라 대구청은 13, 14일 이틀 동안 청 내를 포함해 경찰서의 지원자를 받았는데 모두 6명이 손을 들었다. 모두 경정 7~9년차들. 이들은 계급정년제에 따라 10년차까지 승진하지 못하면 4년 뒤에는 옷을 벗어야 해 이번에 공석이 된 홍보계장 자리를 승진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도전장을 냈다. 홍보계장 자리는 그만큼 승진과 가깝다는 인식이 경찰 사이에서는 퍼져 있다.

홍보실이 예전부터 이처럼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잡다한 일이 많아 격무 부서로 여겨진 데다 승진과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007년 5월 홍보담당관의 직급이 경정에서 총경으로 상향되면서 최고의 요직으로 부각됐다. 덩달아 주로 경감이 맡았던 계장 자리도 선임 경정 몫이 되어 자연스레 총경 승진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지게 됐다.

실제 2007년 홍보담당관 직급 상향 후 대구청 홍보계장의 승진은 두드러진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홍보계장을 맡았던 홍재호 경정은 4년 근무 후 총경으로 승진했다. 2008~2010년 근무한 김성환 경감도 경정으로 승진했다. 박봉수 계장의 승진까지 더하면 홍보담당관 직급 상향 후 4명의 계장 중 3명이 승진했고, 그 중 2명이 총경, 1명이 경정을 달고 홍보실을 나갔다.

경찰청이 9일 단행한 총경 인사에서 전국에서 모두 89명의 경정이 총경을 달았는데 홍보계장 출신이 6명에 이른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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