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로 일어선 노숙자의 1만원
"제가 어려웠을 때 받았던 도움을 다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누고자 합니다."
엄태길(72'대구 북구 구암동) 씨는 자신이 대구에 처음 와 어려웠던 시절에 자신을 도와준 곳에 다시 기부를 하고 있다. 액수는 매달 1만원이지만 자신이 벌어서 낸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부자라고 느낀다.
엄 씨는 서울에서 연봉 최고 7천만원까지 받던 유능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1998년 명예퇴직을 한 이후 사업에도 손을 대보고, 경기도 안성에서 농사를 짓기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가지고 있던 돈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10년 전에는 부인과 이혼, 위자료를 주고 난 뒤 빈털터리가 됐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엄 씨는 이때를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엄 씨는 3년 전인 2011년 2월 단돈 1만원권 한 장을 들고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당장 먹을 것이 없던 터라 "대구역에 가면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대구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엄 씨는 며칠간 노숙자 생활을 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고 생각한 엄 씨는 가톨릭근로자회관의 노숙자 쉼터를 찾았다. 엄 씨는 다시 일어나기 위해 공공근로부터 시작해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엄 씨는 이때 모은 돈으로 지금의 원룸 월세방을 얻을 수 있었고 지금은 대구 중구 동산동 대구제이교회 인근 노상공영주차장 주차관리요원으로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엄 씨는 자립을 할 즈음 자신에게 도움을 준 가톨릭근로자회관과 성심복지재단에 매달 1만원씩 기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부받는 쪽에서 "아직 어려운데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며 만류했다. 가톨릭근로자회관 이형록 과장은 "엄 씨는 '내가 빨리 쉼터에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자립을 해야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혜택을 받지 않겠느냐'며 다른 노숙자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자립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엄 씨는 쉼터를 퇴소한 사람들 중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을 대상으로 도움을 주는 자원봉사활동도 앞장섰다.
"내가 풍족하게 살던 시절에 나눔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게 후회됩니다. 비록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나눔을 실천해 본다면 마음이 부자가 되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엄 씨는 나눔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실천한 나눔이 많았으면 한다"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 씨는 다음 나눔 릴레이 대상자로 '사랑나눔통장'을 통해 어릴 때부터 나눔을 배우고 있는 영신초등학교 문정은'김나연 학생을 추천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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