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무질서 '이제 그만'…슬금슬금 '양심을 버렸다'

입력 2014-01-09 10:54:54

동신교네거리 꼬리물기·끼어들기 단속 현장 가보니…

8일 대구 중구 계산오거리에서 꼬리물기를 한 차들이 차량 흐름 방해와 보행자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8일 대구 중구 계산오거리에서 꼬리물기를 한 차들이 차량 흐름 방해와 보행자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8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동신교네거리. 퇴근길 차량으로 붐비는 이곳에 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 5명이 나타났다. 교차로 꼬리물기와 끼어들기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출퇴근 시간이면 신천대로로 진입하려는 직진 차량과 좌회전 차량, 청구네거리로 진입하는 직진 차량이 엉켜 차량 정체가 자주 일어난다. 경찰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좌회전 차로에 끼어들기를 하는 얌체 차량도 있었다.

단속에 나선 지 10분 만에 승용차 한 대가 신천대로 쪽 좌회전 차로에 길게 늘어선 차들 앞에 끼어들었다. 이날 끼어들기를 한 운전자 도모(47'경북 상주시) 씨는 "여기서 좌회전을 못 하면 중구청까지 가서 유턴을 해야 하는데 청구네거리 근처까지 좌회전 줄이 밀려 있어서 급한 마음에 불법인줄 알면서도 끼어들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교차로 꼬리물기와 끼어들기를 일삼는 '얌체 운전족'들이 차량 정체의 주범이 되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차량에 단속 카메라에만 찍혀도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의 인식 부족과 성급한 운전 습관 때문에 교차로 교통 체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후 6시 30분이 되자 네거리에 차가 몰려 차량 흐름이 느려졌다. 신천대로 방면으로 직진하는 몇몇 차량이 노란색 신호일 때 앞에 차가 밀리는 것을 보면서도 무리하게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제재를 가했다.

이날 현장 단속을 한 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 박병호 경사는 "만약 경찰이 없었다면 분명히 꼬리물기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파란색 신호만 보고 쫓아가지 말고 전체 차량 흐름을 봐야 하는데 운전자들이 급한 마음에 직진하다가 다른 차 통행까지 막아 차가 더 밀린다"고 했다.

경찰이 꼬리물기나 끼어드는 차량을 적발해도 그냥 보내는 경우가 있다. 경찰이 단속한다고 위반 차량을 세우면 차량 정체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날 신천대로 진입 좌회전 차로에 택시와 승용차 한 대가 맨 앞에 끼어들자 경찰은 수신호로 좌회전을 허용하지 않고 직진을 지시했다. 박 경사는 "좌회전 차로에 줄 서서 신호를 두세 번 기다리는 운전자들이 기분 나빠할 수 있기 때문에 (끼어들기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신 좌회전을 막았다. 교통 체증이 심할 때는 소통 위주로 단속한다"고 설명했다.

뒤차들의 눈치 때문에 꼬리물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운전자 김진아(27'여'동구 신서동) 씨는 "반야월역 인근 교차로는 퇴근 시간이 되면 꼬리물기 차량 때문에 주차장이 된다. 아무리 기다려도 좌회전을 못 하니까 차들이 직진 차로에서 좌회전을 하기도 한다"며 "파란색 신호일 때 교차로가 막혀서 기다리고 있으면 뒤차들이 경적을 울려서 어쩔 수 없이 꼬리물기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털어놨다.

꼬리물기 단속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시민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꼬리물기)' 단속 건수는 모두 7천218건으로 2009년 2천66건에 비해 249% 이상 증가했다.

얌체 운전을 막기 위해 관련 법도 바뀌었다. 지난해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개정돼 꼬리물기나 끼어드는 운전자들은 단속 카메라에 찍혀도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교차로 꼬리물기를 하면 승합차는 6만원, 승용차는 5만원, 이륜차는 4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또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 등의 진출로가 정체돼 있을 때 끼어들기를 하다 무인 카메라 등 단속장비에 찍히면 운전자가 특정되지 않아도 차량 소유주에게 승용차'승합차 4만원, 이륜차 3만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김중일 경사는 "파란색 신호여도 앞에 차들이 밀리면 기다렸다가 천천히 진입해야 하는데 본인이 꼬리물기를 해놓고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앞서가려는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만 바꿔도 출퇴근길 교통 체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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