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식 배달도 도로명 주소로 주문하세요

지번 주소를 시행한 지 100여 년이 다 됐지만 중국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더라도 큰 건물이나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이렇게 애타게 설명해야 주문할 수 있다.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택배 배달 등 일상생활에서 지번 주소로만 집을 찾아가기는 정말 힘들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지번 주소는 1910년 국권이 찬탈된 시기에 일제가 수탈을 목적으로 조선총독부에서 부여한 지번에 1968년 주민등록법의 주소로 신고하면서 법적 주소가 됐으나, 급속한 토지 개발로 인해 합병과 분할 등 지번이 없어지고, 가지 지번이 생겨 지번 자체가 불규칙해져서 주소로서 위치 식별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이 보다 쉽게 주소를 찾을 수 있도록 오랜 논의와 준비 끝에 '도로명 주소'를 도입해 2014년 1월부터 전면 시행토록 했다.

도로명 주소는 지역적 특성, 역사성, 공공 시설물의 이름을 반영해 지역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했고 건물 번호도 도로 구간별 기점에서 종점 방향으로 20m 간격으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번호를 부여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번 부여 방법을 채택한 선진국형 주소다. 도로의 폭이 크고 작음에 따라 '대로, 로, 길'이 주어진다. 큰 도로들은 '~로'가 되고, 골목 안길로 들어서 갈라지는 도로들은 '~길'이 되는 것도 이런 원칙에 따른 것이다.

올 1월부터는 공공기관에 각종 민원 신청이나 서류 등에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지 않으면 반송되거나 재작성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도로명 주소는 절대 어렵지 않다. 원리도 간단해 작은 관심만 가진다면 쉽게 터득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다.

무릇 새로운 시스템이나 변화는 언제나 사용자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초기 단계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용자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숙지하고, 자주 사용하느냐에 따라 신속하게 적응하고 익숙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혹 왜 제도를 바꾸는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시간이 곧 생명인 각종 화재나 긴급구조 시 '도로명 주소가 적합할까? 아니면 지번 주소가 적합할까?'를 생각해 본다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은 가까운 동주민자치센터나 읍면사무소에서 신분증에 있는 지번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된다.

김종도/대구시 도시주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