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금강산' 거제도
새해 벽두부터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다. 따뜻한 남쪽 나라가 그립다. 적당한 곳이 있다. 한반도의 끄트머리에 있는 거제도. 온 세상이 흰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도 초록으로 빛나는 곳이다.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널 필요도 없다. 겨울바다의 낭만은 물론 비교적 따스한 바람과 도처에서 초록색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매서운 겨울의 추위도 이곳에서만큼은 색다른 경험과 추억으로 다가온다.
◆바다에 떠 있는 금강산
거제도는 생각보다 넓다. 다리가 놓여 육지나 다름없지만 제주도 다음으로 국내 두 번째로 큰 섬(378.14㎢)인 데다가 제법 복잡한 해안선을 구불구불하게 품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곳이다. 거제도 초입이나 중심부에 발만 디디고 가서는 비경을 만날 수 없다. 거제도에서도 남쪽 끝으로 향했다. 거제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해금강이 있는 곳이다.
거가대교를 통과해 거제도에 다다랐지만 꽤 멀다. 40여 분을 달린 후에야 해금강이 위치한 도장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신선대를 거쳐 5분여를 달리자 우제봉 전망대가 나온다. 그러나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숲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해송과 동백나무 등으로 우거진 숲길이 아직 가을을 머금고 있다. 동백꽃이 피기 시작했다. 우제봉 전망대에 이르자 멀리 해금강이 고개를 살짝 내민다. 나무 데크로 만든 전망대에 오르자 거제의 남쪽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왼쪽에는 해금강, 오른쪽에는 대'소병대도가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된 해금강은 '바다에 떠 있는 금강산'이다. 거제도 남동쪽에 불쑥 튀어나온 돌섬이다. 해금강의 본래 이름은 갈도(葛島)다. 뭍에서는 보기 힘든 춘란과 풍란 등 62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중국 진나라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불이 이곳에 불로초를 구하러 왔다고 해서 '약초섬'으로도 불린다. 우제봉 절벽 아래 암벽에는 서불이 3천 명을 데리고 해금강에 다녀갔다는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글이 새겨져 있지만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유실됐다.
배를 타고 코앞에서 바라보는 해금강은 또 다른 모습이다.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사자바위, 일출과 월출을 볼 수 있다는 일월관암, 은진미륵바위, 신랑신부바위, 거북바위 등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예술품이 바다 위를 장식하고 있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깎아낸 십자동굴은 그중 백미다. 해금강으로 향하는 배는 장승포 등 여러 곳에서 출항한다.
◆바람의 언덕 & 신선대
고스톱으로 치면 1타 3피다. 거제에서도 남쪽 끝 지점인 이곳에서는 해금강 외에도 바람의 언덕, 신선대 등 거제의 명승지 3곳이 모여 있다. 모두 10분 안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다. 해금강에 닿기 직전 도장포 마을이 나온다. 능선에 있는 마을 표지판을 보고 왼쪽으로 길을 잡아 내려가면 도장포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한다. 외도와 해금강을 관광하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곳이다. 선착장에서 보이는 언덕. 커다란 풍차가 돌고 있다. 바람의 언덕이다. 선착장 뒤편을 통해 난 길로도 올라갈 수 있고 도장포마을에 있는 해금강테마박물관에서 이정표를 보고 걸어서 갈 수도 있다.
바람의 언덕. 그런데 바람이 불지 않는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게 '빛의 언덕'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언덕과 바다 풍경은 도장포 마을과 어우러져 평화롭다. 구조라해수욕장을 비롯해 멀리 외도, 내도, 공곶이 등 거제 바다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바다는 맑은 옥빛을 띠고 있다. 너무 깨끗해서 바닥까지 보일 정도다. 한적한 해변 마을이었던 이곳은 TV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탔다. 2009년에는 풍차가 세워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평소에는 풍차가 바닷바람을 타고 힘차게 돌아간다.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경치가 매우 좋아 신선이 놀았다는 신선대가 나온다. 벼랑 아래 널찍한 바위가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는 신선대다. 시루떡처럼 층층으로 쌓은 듯한 바위가 절경을 이룬다. 신선대 옆에는 갓 모양처럼 생긴 갓바위가 있다. 예전에는 벼슬길이 막혀 있는 서민들이 이 바위에 소원을 빌었단다. 오른편 아래에는 몽돌해변으로 알려진 함목해수욕장이 있다. 쪽빛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소병대도와 대병대도, 매물도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도장포 마을에서 직진하면 해금강이다. 또 마을에는 해금강테마박물관도 있다. 세계의 범선이 전시돼 있고 추억의 옛날영화 포스터를 비롯해 1970, 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각종 물품이 전시돼 있다. 옛날 교실'소방서'만화방 등을 재현했다. 1970년대가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입장료가 조금 비싼 것이 흠이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6'25전쟁. 50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고 남북을 분단시킨 아픈 역사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는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용소의 생활상과 이념 갈등, 수용소장 납치 사건, 300명의 여자 포로 이야기 등을 재현해놨다.
공원 입구에는 분수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유엔군과 한국군, 북한군, 6'25전쟁에 사용된 무기 등이 표현된 커다란 부조와 유엔군으로 참전한 16개 나라의 국기가 펄럭인다. 시원스레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대와 함께 6'25전쟁 당시의 상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북한군이 남침에 사용한 소련제 T-34 탱크를 확대해 지은 탱크전시관을 지나면 거제포로수용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디오라마관이 있다. 수용소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움직이는 디오라마, 영상, 음향을 갖춰 전쟁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다. 디오라마관을 지나서자 갑자기 '쿵쾅, 두두두두' 총성과 굉음, 그리고 비명이 흘러나온다. 입구부터 살짝 긴장감이 감도는 포로폭동 체험관.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친공포로들의 폭동과 친공, 반공포로들 간의 격돌 장면이 최첨단 복합연출 기법으로 재현돼 긴박감과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유적공원 한쪽에는 잔존 유적지(경상남도 문화재자료 99호)도 있다. 경비대장 집무실, 경비대 막사, PX, 무도회장 등 당시 사용하던 건물 일부가 남아있다.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1시간 30여 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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