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받은 승용차 또 추락, 2005년 이후 벌써 네번째
6일 오후 2시쯤 대구 신암동 동대구역 광장 앞 도로. 철제봉을 가로로 이어놓은 방호울타리와 약 2m 높이의 철망 구조물이 모두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심이 드러난 볼트의 깊이는 10여㎝에 불과했다. 신호등 기둥은 뿌리째 뽑혀 나뒹굴고 있었다. 사고지점에서 20여m 떨어진 방호울타리의 볼트와 너트는 붉게 녹슬어 있었다.
동대구역 고가도로 난간에 차량이 부딪친 뒤 추락하는 사고(본지 6일 자 5면 보도)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막아야 하는 차량 방호울타리가 제 역할을 못하는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차량 추락으로 대형 열차 사고가 일어날 수도=6일 새벽 동대구역 고가도로에서 차량이 추락하면서 역내 8, 9번 승강장을 그대로 덮쳤다. 이른 시간이라 운행 중인 열차가 없어서 2차 사고를 피했지만 자칫하면 대형 열차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사고의 1차 책임은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이지만 방호울타리가 제 몫을 했다면 선로 추락은 피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사고는 과거부터 이어져 왔다. 2005년 11월 3일 오전 6시쯤 한 승용차가 철제펜스와 가드레일을 뚫고 9번 승강장으로 떨어져 탑승자 3명이 크게 다쳤다. 2009년 2월 2일 오전 1시 25분쯤 테라칸 차량이 승강장으로 추락했고, 2008년 2월 5일 오전 3시 30분쯤 레조 차량이 선로로 떨어졌다.
동대구역은 평일 기준으로 하루 KTX 열차가 상'하행선 각각 78'76편이 다니고, 일반열차도 상'하행선 합쳐 96편이 운행된다. 이는 1시간당 10편가량이 운행되는 셈으로 차량이 선로에 추락했을 경우 열차와 부딪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
택시기사인 김모(73) 씨는 "무릎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었지만 이를 뚫고 추락했는데, 이전에도 선로로 차가 떨어지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났다"며 "열차 위로 떨어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지만 시설을 보강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리지침 무용지물=국토교통부가 2012년 11월 내놓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차량 방호 안전시설'에 따르면 동대구역 고가도로의 경우 SB4 등급에 해당된다. 이는 무게 14t 차량이 시속 65㎞의 속도, 15도의 각도로 충돌했을 경우를 견뎌내야 한다는 것. 6일 추락한 쏘나타의 무게는 약 1.4t에 불과했지만 방호울타리는 버텨내지 못했다.
방호울타리는 주행 중 경로를 벗어난 차량이 보도 등 길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탑승자의 상해와 차량 파손을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2012년 11월 '도로 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개정, 기존 7개 등급에서 9개 등급으로 확대하고 충격흡수시설물을 실제 충돌시험을 통과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이 같은 국토교통부의 지침은 1997년에 마련됐고 교량용 방호울타리 지침은 1999년에야 도입됐다. 반면 동대구역 고가도로는 지침 마련 전인 1990년대 초반에 건설돼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코레일 대구본부는 2013년 7월 대구지역 내 철도 선로 위로 차량이 지나는 4곳(동대구역 포함)에 대해 강성(콘크리트) 방호울타리 설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최근까지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당초 동대구역 고가도로는 지난해 하반기에 철거될 예정이었고 공정이 늦어져 올해 5, 6월쯤 다리를 단계적으로 철거할 계획"이라며 "철거가 예정된 시설에 예산을 투입해 방호울타리를 설치할 경우 예산낭비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옹벽을 세우는 등 임시구조물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있다"며 "철거 전까지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기존 자재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김정래 교통공학박사는 "사고의 원인은 가장 먼저 운전자의 과실에 있지만 추락을 막아야 할 방호울타리가 제 기능을 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방호울타리 자체 내구성은 물론 설치돼 있는 콘크리트 바닥의 강도가 충돌을 이겨낼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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