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무역환경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야

입력 2013-12-25 08:00:00

지난해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경제를 다시 회복시킨다는 명분에 따라 의도적으로 강력한 엔화 약세 유도 정책을 펴면서 우리 수출의 전망을 매우 어둡게 만들었다. 완성차 시장을 비롯하여 치열한 대일 경합품목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에서 일본제품에 대해 경쟁력 면에서 불리해진 우리 상품 수출은 점차 둔화세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대구경북의 올해 수출실적을 보면 아직은 양호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된다. 10월 말 기준으로 본 대구와 경북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경북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447억달러를 기록하였고, 대구의 경우는 2.4% 감소한 57억달러를 나타내었다. 연말까지는 대구경북 총 수출이 600억달러를 넘기고, 경북의 무역흑자도 390억달러로 전국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 수출이 호조를 유지한 것은 북미지역으로의 무선전화기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크게 증가한 데 기인하고, 베트남이나 브라질 등 신흥 주력 시장으로의 수출도 크게 신장하였기 때문이다. 다만 대구 수출의 부진은 중국으로의 수출이 소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감소세를 면치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 홍콩, 태국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 무역환경은 나날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에 유리한 기회를 제공해 온 중국이 수출 주도의 고도성장을 앞으로도 지속할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엔저 정책이 단기간 내 종료될 가능성이 아직 크지 않고, 미국의 경우도 머지않아 현재의 양적완화 정책을 출구 전략으로 전환하는 시점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글로벌 경제 통합도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늦어도 내년 초에는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 협상이나 한'중'일 FTA 협상도 내년 안에 어떤 형태로든 타결될 가능성이 커 대구경북 지역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TPP의 경우 미국, 일본을 비롯한 환태평양 지역의 12개 나라들이 FTA를 체결한 효과와 거의 같은 영향력을 역내 교역에 미칠 것으로 보여 만일 우리나라가 여기에서 소외된다면 역내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비록 조금 늦게나마 TPP 가입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고 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 구축을 위한 변화는 우리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제통상 관련 협정에 참여하는 나라들은 일부 산업에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산업 부문에서는 이익을 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무역질서에 대비하여 관련국 업계가 미리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여 준비하느냐이다. 그동안 우리 지역 업계도 많은 경제위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업종별로 또는 산업부문별로 꾸준한 구조조정과 R&D 투자 확대를 통하여 경쟁력을 키워 왔고 그 결과가 최근의 해외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수출 확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세계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 우리 지역기업들이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부품이나 무선전화기기 등 일부 호조 품목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일본 제품과 앞으로도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기술력이 날로 향상되는 중국제품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TPP나 FTA, 기타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수출시장 진출의 기회로 다가오게 하려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잠시도 게을리하면 안 될 것이다. 다가오는 2014년 말의 해에도 전 세계 시장을 누비는 대구경북 기업들의 파이팅을 기대한다.

이동복/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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