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뒷전 전시관 추락 좌표 잃은 독도박물관

입력 2013-12-23 10:22:59

연구총서 16년간 달랑 4권

국내 첫 영토박물관인 독도박물관의 연구 기능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도박물관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영토의식을 높이기 위해 1997년 8월 설립됐다. 울릉군이 부지를 제공하고 삼성문화재단이 건물을 지어 울릉군에 기부했다. 전시실엔 고 이종학 초대관장이 30여 년 동안 국내외에서 수집해 기증한 자료를 채웠다.

그러나 설립 취지와는 달리 독도박물관의 연구 실적은 미미하다. 독도박물관이 박물관 연구기능의 척도인 연구총서를 발간한 것은 단 4차례에 불과하다. 2000년 '한일어업관계조사자료'와 2005년 '아름다운 섬, 독도 그리고 울릉도', 2007년 '일본의 독도 해양 정책 자료집', '역사의 이랑을 헤치며' 등이 전부다.

연구총서의 내용도 민망할 정도다. '아름다운 섬, 독도 그리고 울릉도'는 박물관 소장자료와 국내외 사료를 정리한 것 외에는 독도의 연혁이나 자연생태환경 등 흔한 정보가 대부분이다. 일본의 독도 해양 정책 자료집과 '역사의 이랑을 헤치며' 등도 각각 고 이종학 초대관장의 유고집과 관련 자료 모음집이다. 이에 대해 이승진 독도박물관장은 "독도를 연구하는 단체가 늘고 세분화되고 있어 박물관의 연구기능보다는 전시'교육'홍보 쪽에 주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술 연구기능은 전시와 유물 수집과 보존에 못지않은 박물관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지적한다. 정준기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박물관이 연구 기능을 소홀히 하면 전시 방향을 가늠하거나 연구 방법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밝혔다. 최경환 울릉군의원은 "연구성과가 없는 전시로만 박물관을 꾸려간다면 학예인력이 있을 이유가 없다"며 "당초 설립 목적을 살릴 수 있도록 박물관 운영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릉'김도훈기자 h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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