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동로를 운전하다 보면 달리던 차들이 쉴 수 있도록 고속도로의 쉼터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 둔 곳이 있다. 가끔 여기에 차를 세우고 신천을 보면서 마음의 휴식을 찾는 여유를 가질 때가 있다. 이곳에서는 신천을 날아다니는 새들이 무리지어서 함께 다니는 모습을 바로 가까이에서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먹을 것을 찾을 때도 서로 붙어서 부리를 쪼아대고 날아가거나 앉을 때도 수십 마리가 함께 다닌다. 지켜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저렇게 함께 붙어 있지 않으면 불안하기는 새나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라는 사실로 인해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절망과 불안으로 힘들어한다. 이들에게 가장 큰 힘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해주는 것이다.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축구 국가대표인 기성용 선수가 대표팀 감독을 뒤에서 비난한 사건으로 지탄을 받고 잔뜩 위축되어 있다가 인생을 함께할 아름다운 신부를 맞아 유럽으로 떠나서는 당당한 모습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그러더니 며칠 전에는 명문구단 첼시를 만나 결승골을 넣어버렸다. 함께하는 힘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고 종종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함께'라는 의미에는 이렇게 '힘'과 '에너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힘을 잘못 쓰면 세상을 힘들게 하고 악한 일들을 만들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집단적으로 벌어진 가장 대표적인 악으로는 나치를 들 수 있다. 독일인만치 근면, 성실하고 정직한 국민이 지구 상에서 많지 않지만 나치의 깃발 아래 하나가 되면서 집단적인 광기로 분출되어 2차대전과 600만 유대인 학살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군국주의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지금 북한에서는 현대 문명사회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집단적인 포악함으로 저질러지고 있다.
이러한 국가와 민족 차원의 집단적인 악의 사례를 떠나서 우리 주변의 청소년들을 보더라도 혼자서는 하지 못하는 잘못된 행동이나 해서는 안 될 일들을 함께 모여서는 죄의식도 없이 쉽게 저지른다. 왕따도 여럿이 어울려서 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보고 있는데도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함께 다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자식을 볼 때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힘들다. 내 자식만은 그렇지 않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자식이 누구와 함께 다니는지를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함께 다니는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 함께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가 그만큼 중요하다. 나는 누구와 어떤 모습으로 함께하는 사람일까.
조미옥 리서치 코리아 대표 mee5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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