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교실·수다클럽·성가대…노년의 자유로움 즐겨보세요
◆인기 있는 수다클럽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은퇴자를 위한 문화활동센터인 '텔루스 프리티드센터'에는 재미있는 수다클럽이 있다. 문화센터가 스톡홀름 남쪽지역에 있다 해서 이름마저 '남쪽 수다클럽'이다. 이곳의 대표 클럽인 셈이다. 처음에는 남성 은퇴자 5, 6명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25명으로 늘어났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가입자가 줄을 잇고 있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제는 사소한 동네 일에서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수다를 떤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지만 이를 훌쩍 넘기기 일쑤여서 보통 2시간 동안 진행된다. 기자가 찾은 날은 옛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후 이에 대한 수다가 시작됐다.
영화를 본 후 스톡홀름의 옛 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당시의 일상들에 대한 추억으로 이어졌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었다. 다들 시간을 되돌린 듯 그때 그 시절 이야기에 열심이었다.
이 모임이 만들어지게 된 동기는 남자 은퇴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자 이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발견한 것. 남자 은퇴자들이 간단한 음료를 앞에 두고 정치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는 것을 보고 수다클럽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 센터의 아니카 프리베리 부장은 "수다모임을 만들자 남자 은퇴자들이 좋아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친김에 모임의 리더를 뽑고 스스로 주제를 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수다모임에 참여한 오사 베리크비스트 씨는 " 수다를 통해 외로움도 잊고 또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어 조금 더 열린 사람이 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우리가 만들어요
크리스티나 라쉬(80) 할머니는 올해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문화센터의 정식 프로그램으로 채택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녀가 제안한 것은 해외여행 프로그램. 올해 9명이 베를린과 빈을 다녀왔다. 패키지 상품 여행이 아니라 노인에게 적당한 걸음과 노인에게 맞는 생각을 담은 여행 계획을 만든 것이다.
라쉬 할머니는 "우리 나이가 되면 머리를 많이 자극하는 여행은 필요 없다. 나에게 맞는 속도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식대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원하는 방향으로 매일 일정을 짰다"고 했다.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계속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곳 센터는 방문객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이들 대표들의 모임인 '신뢰를 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대표 11명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많은 은퇴자의 의견을 모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 컴퓨터라면 아예 만지지도 못하던 노인들이 1년 과정이 끝날 무렵 집에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거나 손자들이 낡았다고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여러 동호회 모임에 가입하면서 오프라인 외에 온라인에서도 소통을 하게 됐다.
이외에도 혼자 사는 남자 노인을 위한 요리교실. 댄스교실, 기체조교실, 노래교실 등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은퇴자를 위한 자원봉사기관인 '스톡홀름 스타츠미션'의 리사 민하겐 씨는 "문학강좌가 인기다. 책을 읽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강좌인데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기 프로그램은 아픈 노인들을 간호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간호강좌. 간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가족의 심적 고통과 어려움을 서로 나누면서 위로를 얻고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 되기도 해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65세 이상 은퇴자들이 원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꾸민다. 예전에는 춤추고 즐기는 것이 인기였지만 이제는 컴퓨터를 배운다든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
독일 북부지방 브레멘에는 240명의 고령 합창단원으로 구성된 대규모 성가대가 있다. 이들 단원은 다른 성가대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정중히 내쫓긴 사람들이다. 초대 합창단 단장인 헤리베르트 랑고쉬 씨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노인들을 모집해 이 합창단을 꾸렸다.
결과는 멋졌다. 이제 이 합창단은 아름다운 콘서트를 열어 행복이 가득한 화음을 전하고 있고 노인들의 성가 합창을 본격적으로 보급시키면서 더욱 활기찬 성가대를 만들고 있다.
독일 성가대협회는 대부분 고령의 합창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이전엔 60세가 되면 더 이상 합창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활동을 중지했다. 물론 편히 쉴 수 있게 하려는 배려도 있었지만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노래를 할 수 없었던 것은 큰 아쉬움이었다.
최근 이러한 흐름이 바뀌면서 음악 전문가들은 노인의 발성에 적합한 악보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노인에게 무리가 되지 않으면서도 좋은 발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성가작법을 만들려는 것이다.
독일 성가대협회는 고령의 합창단원들이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는 노인과 아이들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랑고쉬 씨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노래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면에서 이 프로젝트는 커다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취재후기=스톡홀름 시내에는 거지들이 많았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풍경이라고 했다. 스웨덴 사회복지사들은 스웨덴 노인들이 가난해졌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경제침체로 노인도 예전만큼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하고 각종 지원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 이상 노인들의 천국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복지대국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눈에 비친 그곳의 노인은 여전히 행복했다. 은퇴 이전 소득의 80%를 보장받고 있었고, 겨울에는 춥고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은 탓에 태양을 쫓아 스페인 남쪽 해변에서 한 해의 절반을 보내는 노인들이 많았다. 그들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경제'정치상황에 따라 새로운 복지체계를 찾고 있었다. 완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행 중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글'사진 김순재 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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