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되는 동촌유원지 정취들
이달 4일 오후 동촌유원지. 중장비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구름다리 철거공사를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다리 위에 사진사가 있었지요. 다리 끝에는 번데기를 파는 할머니도 있었고, 매표소에는 영감님도 계셨죠. 추억이 많은 다리인데 참 섭섭하네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좀 찍어 두는 건데…." 백영호(54'대구 동구 검사동) 씨는 무너져 내린 구름다리를 보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시가 1982년 발행한 '대구의 향기'에 따르면 동촌이 유원지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초기다. 당시 이곳에는 일본 고관들의 전용 요정격인 '팔성장'(八城莊)이 강 북쪽에 있었다. 지금은 강 남쪽(효목동)이 유원지이지만 예전에는 강 북쪽(검사동)이 소나무가 울창하고 백사장이 있어 경관이 좋았다고 한다. 1918년 일본인 스기모토 등이 일본 정부의 자금을 얻어 너구리, 곰 등 30여 종의 동물이 있는 동물원을 만들었고 모터보트장을 만들면서 본격적인 유원지 개발이 시작됐다. 때마침 강 남쪽에도 일본 사람이 천막을 치고 술과 음료수를 팔며 놀이객을 유치했다. 아양교 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마니와 돗자리를 깔고 광목으로 햇빛을 가린 간이매점을 운영하며 일본 사람과 경쟁했다.
동촌유원지의 빼놓을 수 없는 명물로는 화랑교 밑에 있었던 일제강점기의 얼음창고다. 이 얼음창고는 땅굴 형식으로 파 들어가 흙으로 위를 덮고 콘크리트로 입구를 막아 두께 40~50㎝ 되는 강 얼음을 겨우내 베어내 톱밥을 묻혀 차곡차곡 쌓아 식용 또는 음식점 냉장용으로 공급했다. 이 얼음창고는 제빙공장이 생긴 해방 직전 폐쇄되었다고 한다.
그외 명물로는 1964년에 설치된 동촌케이블카와 1966년에 설치된 구름다리. 이 두 개의 시설로 동촌유원지 정취가 깃든 나룻배는 사양길로 접어들다가 사라졌다. 50년 가까이 대구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케이블카도 올 1월 철거되고 추억이 어린 구름다리도 지금 철거되고 있다. 강물도 흐르고 추억도 흘러간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글'사진 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멘토'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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