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입력 2013-12-11 07:58:20

필자는 본지 11월 12일 자 경제칼럼(보수성을 지역 강점분야의 혁신동력으로)에서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 객관적 지표로 볼 때, 대구와 독일은 기계금속업 기반의 중소기업이 중심이고 오래된 교육도시이며 보수성이 짙은 시민적 특성 측면에서 유사점이 많다. 그럼에도 대구와 독일이 경쟁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라는 경제학의 경구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나 지역, 기업 모두가 디테일을 무시하면 도태된다는 의미이다. 사상과 관념으로 무장한 공산주의가 철저하게 몰락한 것도 이 디테일이라는 악마에게 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지역의 문제도 큰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흔히 무시하고 간과해 온 디테일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계산업이라 하더라도 독일은 혁신주도형인데 반해 우리는 전통적 기계산업 중심이라는 점, 교육과 관련하여 독일은 직업훈련 교육인데 반해 우리는 이론 중심의 학교 교육이라는 점, 그리고 독일은 지역별로 특유의 지역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수도권이나 지역할 것 없이 모두 비슷한 획일적 문화여서 지역적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심력이 약하다는 점이 주요한 차이점이다. 산업과 관련하여 디테일을 살펴보면 더욱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먼저 2010년 기준 독일 총 취업자 중 제조업 종사자 수는 19.9%인 775만여 명인데 반해 대구의 경우 20.2%(2011년의 경우 부가가치 기준 22.9%)인 23만6천 명으로 제조업 종사자 수의 비중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독일과 대구의 유사점은 여기에서 그치고 디테일로 들어가면 현저한 차이가 난다.

특히 차이가 크게 나는 디테일은 서비스업이다. 독일 총 취업자 중 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2천786만명으로 비중이 71.5%인데 반해 대구의 경우 90만9천 명으로 비중이 77.8%다. 문제는 독일의 경우 제조업 경쟁력에 기여하는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 보험, 전기, 운수, 통신 및 사업서비스업의 비중이 32.1%여서 전체 서비스산업의 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이 70%(종사자 수 71.5%)에 달한다.

반면 대구는 이들 분야의 비중은 12.3%에 불과하며, 부가가치가 낮은 건설, 도소매'음식'숙박업 비중이 42.8%여서 서비스업의 GR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은 67%(종사자 수 77.8%)에 불과하다. 이러한 서비스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 차이가 바로 독일과 대구의 경쟁력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디테일에 근거할 때 양측의 경쟁력 차이는 기계금속산업 자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제조업 경쟁력에 기여하는 관련 서비스업의 경쟁력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양 지역의 디테일을 분석한 후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대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디테일에 충실해야 한다. 지역의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기계금속산업이 주력이기 때문에, 이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막연한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모든 산업의 근본이자 지역 부가가치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계금속산업과 관련 산업생태계를 보다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과 함께 경쟁력을 강화시켜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독일 사례에서와 같이 기계금속산업의 성장에 필요한 금융과 기계제조, 컨설팅, 소프트웨어업, 연구개발업, 엔지니어링, 디자인 등과 같은 관련 서비스업을 육성함으로써 지역의 강점산업인 기계금속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칭 '서비스 R&D 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음식숙박, 도소매건설업 등과 같은 전통적 서비스 부문의 고부가가치화도 추진하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제조업 기반 없이 부국이 된 나라는 없으며 서비스업만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한 나라는 없다. 따라서 두 산업의 연계가 장기적 경쟁력의 해법이다.

대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백화점식 대규모 서비스산업 육성이 아니라 기계금속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관련 서비스업이라는 디테일에 충실한 정책의 수립이며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지역경쟁력은 구체성 있는 디테일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재훈/영남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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