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진골목 명소 건물 팔리자 인근 이사
대구의 사랑방이자 진골목 명소인 '미도다방'이 이전한다.
진골목 귀퉁이를 20여 년간 지켜왔던 미도다방은 이달 22일 진골목 안쪽으로 옮겨간다. 지난해 미도다방이 있는 3층 건물이 매각됐기 때문이다. 건물이 팔리면서 미도다방은 물론 같은 건물에서 오랜 기간 동고동락했던 식당들도 모두 이사를 하게 될 처지에 놓였다.
다행히 미도다방은 사라지지 않고 인근으로 옮겨가지만 미도다방에 쌓인 세월의 흔적은 사라지게 됐다. 미도다방을 운영하는 정인숙(62'여) 씨는 "다방을 옮기는 건 두 번째다. 이번에는 무리해 건물을 사서라도 이곳을 지키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오랜 시간 정들었던 곳을 떠나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미도다방이 지금의 진골목에 터전을 잡게 된 건 1992년. 정 씨는 30년 전 대구 중앙파출소 뒤편에 대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장소로 쓰였던 '도가니다방'을 인수해 '미도다방'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아름다운 도시(美都) 속의 다방'이라는 뜻. 장사가 잘되면서 미도다방은 첫 번째 위기를 맞게 됐다. 건물 주인이 다방을 비워달라고 한 것. 어쩔 수 없이 정 씨는 진골목의 한 건물 2층에 다시 미도다방을 열었다.
문을 열면 '끼익' 소리가 나는 나무문, 다방 한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어항, 촌스럽게 느껴지는 붉은색 소파와 형형색색의 방석, 짙은 푸른색 암막 커튼, 옛날 디지털 방식의 시계, '요금표'라는 이름의 누런 종이 메뉴판 등 이제는 '옛날' '오래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미도다방의 소품들은 모두 20여 년 전 정 씨가 나름 세련되게 다방을 꾸미려고 장만한 것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다방 구석구석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도다방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변함없이 다방을 찾고 있는 노년의 단골손님과 전통차인 쌍화차, 약차, 전통과자 등 사람과 소품, 메뉴 등 옛것들이 어우러지면서 미도다방은 단골손님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이 '옛날식 다방'의 향수를 찾아 대구에 오면 들르는 관광명소가 됐다.
20년째 이곳을 찾고 있다는 정병화(75'대구 남구 봉덕동) 씨는 "50대부터 친구들과 미도다방에 들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며 "없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20년간 이곳에서 쌓은 추억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민영(26'여'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미도다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 종종 찾았는데 옮긴다니 고유의 매력이 사라질까 걱정이다"며 "새로운 곳에서도 미도다방만의 예스러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의 명물 미도다방을 '근대 골목'과 연계해 홍보해 왔던 대구 중구청도 미도다방의 이전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미도다방은 근대 골목과 함께 대구의 옛 풍경을 보여주는 대구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진골목 디자인 개선 사업의 하나로 미도다방을 근대 골목과 어우러지는 풍경으로 외관을 조성해 미도다방이 사랑방으로서의 옛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껏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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