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우체통' 결국 바꾼다…'〒자' 일본 우체통 논란

입력 2013-10-31 10:30:31

중구 근대골목의
중구 근대골목의 '느린 우체통'. 일본어의 テ(테)에서 유래한 일본 우체국을 상징하는 기호(〒)가 보인다. 정운철기자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1년 후에 배달되는 중구 근대골목의 '느린 우체통'(본지 10월 29일 자 1면 보도)이 일본 우체통이라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 보도가 나간 뒤인 30일 경북지방우정청과 대구우체국 등 우정당국 관계자와 시민들은 느린 우체통이 일본 우체통이라고 알려왔다. 설치된 느린 우체통에 일본어의 テ(테·체신의 첫 음절)에서 유래한 일본 우체국 상징 기호(〒)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 기호는 일본에서 우편번호 표시로 사용되고 있으며 우체통에 새겨져 일제강점기 때부터 널리 쓰였다.

시민들은 일본 우체통이 항일 민족시인인 이상화 고택 옆 마당에 설치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홍만표 경북지방우정청장은 "우체통은 한 나라의 영토와 영역을 상징하는데 일제강점기 때 쓰던 우체통을 그대로 옮겨 설치해 안타깝다"라며 "한국 사람들의 정서가 담긴 우편물을 일제강점기 때 우체통에 의존해 서신을 교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성진(46'북구 학정동) 씨는 "느린 우체통을 일본인들의 시각으로 본다면 '한국사람들이 과거(일제강점기 때)를 그리워한다'며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중구청은 빨간색 원통형 느린 우체통을 이른 시일 내에 다른 것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올 4월부터 우편접수를 시작한 지 여섯 달 만의 일이다. 편지와 엽서 등 우편물은 계속 받을 예정이며 느린 우체통을 새로운 모양의 우체통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명주 중구청 문화관광과장은 "관계부서와 협의를 거쳐 늦어도 다음 주 안에 없앨 예정"이며 "철거된 자리에 대구 근대골목의 새로운 상징물이 되고, 시민들이 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의 우체통을 다시 만들겠다"고 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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