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지나친 권력욕의 비극적 결말

입력 2013-10-26 07:46:24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4대 비극작품 중의 하나인 '맥베스'는 지나친 권력욕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준다. 작가는 전승되어온 이야기를 자신의 문학적 상상력에 담아 재창조했다. 주인공 맥베스 장군은 전쟁에 승리하여 과분한 보상을 기대하면서 귀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마녀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로부터 자신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장군의 지위에 자족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예언을 일거에 물리칠 것이지만, 그의 권력욕은 이 예언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극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마녀들과 맥베스의 역할과 책임을 놓고 논쟁을 하고 있다. 맥베스는 책임을 어디까지 져야 하는가.

왕이 되려면 현재의 왕 덩컨을 살해해야 한다. 양심의 가책을 받은 맥베스는 범행에 앞서 결심이 흔들리고 있다. 그는 망설이면서 지금의 처지 즉 개선장군이자 성주에 자족하려고 한다(I.vii.31∼34).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범행을 결행하도록 부추긴 사람은 바로 자신의 아내였다. 맥베스 부인은 망설임은 자신에 대한 애정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다그치고 있다.

맥베스는 자신의 성을 방문한 덩컨 왕을 살해했다. 왕을 살해한 이후 잠 못 드는 사람은 맥베스가 아니라 아내이다. 장군의 아내에서 왕비가 되었지만 불의에 의해 얻어진 자리는 영광의 자리가 아니라 도리어 형극의 자리가 되었다. 맥베스 부인은 소원을 성취했지만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피살자가 되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하기까지 한다(III.ii.4~7). 맥베스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한다.

충성스러운 맥더프가 덩컨의 아들 맬컴에게 귀국하여 맥베스를 제거하고 왕위를 계승하라고 요청했을 때, 맬컴은 자신은 왕의 자질이 없다고 사양하면서 통치자가 지녀야 할 자질을 열거하고 있다. 작가는 맬컴의 입을 통해 모두 12개의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IV.iii.92~94). 여기서 독자들은 작가의 정치사상을 엿볼 수 있다.

5막에서 맥베스는 맥더프에 의해 살해된다. 그는 결코 참회하지 않는다. 맥베스는 성품과 인격의 측면에서 햄릿이나 오셀로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는 고귀한 성품을 갖지 못했으며, 그저 권력욕의 화신임을 보여줄 뿐이다. 놀랍게도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독자나 관객은 맥베스에 동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공범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권력욕은 만인의 고유한 욕망인가 보다.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 paidei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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