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같이 수도권에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지방대'라는 기준으로 본다면 대부분의 미국 유명대학들은 지방대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탠퍼드대학은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스탠퍼드란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다.(물론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시 등을 포함하여 통칭 샌프란시스코시라고 할 수 있다). 스탠퍼드대학 외에도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분교, 산호세 주립대 등과 같은 세계적 대학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동부의 보수성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정착하여 활동하는 자유를 중시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이러한 샌프란시스코의 자유와 창의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세계 최대의 첨단산업단지인 '실리콘밸리'를 가능케 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작은 도시인 산호세와 교외에 애플, 구글, 인텔, 휴렛팩커드, 어도비, 이베이 등의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바로 스탠퍼드대학과 버클리 및 산호세대학 등과 같은 세계적 연구중심대학들과의 원활한 산학협력과 샌프란시스코시의 자유로운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와 수도권 집중이 매우 유사한 일본에서 교토시는 약 150만 명 인구가 사는 일본 내 7, 8위 정도 도시다. 그런데 이 작은(?) 지방도시에 있는 교토대학은 세계 최고 대학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확실한 일본 2위의 대학으로서 특히 이공계열은 도쿄대를 능가하는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받은 총 19개 노벨상 가운데 8개를 교토대가 배출했는데 이는 도쿄대보다 더 많다.
교토대의 이 같은 저력은 역설적으로 수도인 도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혁신과 창의성을 빼앗아가는 일본 특유의 답답한 집중과 위계를 피함으로써 자유와 사회참여의 학풍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토대학의 브랜드인 자유와 사회공헌의 정신은 교토시의 문화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교토시는 기술자에 대한 우대(장인정신) 분위기와 자유로운 지역문화, 한정된 분지 지역의 특성상 타 업체와 겹치지 않는 품목을 중심으로 고유 기술을 가진 다양한 산업을 고루 발전시킴으로써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교세라, 시마즈제작소와 같은 첨단 기술을 갖는 기업이나 닌텐도, 와코루와 같은 업계 상위 기업의 본사도 모여 있는 일본 내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교토시 인구의 10%를 점하는 대학생과 교토대학 등 38개의 대학은 중요한 연구개발 인프라로서 교토시에 세계적 기업들의 발전과 유치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은 물론 일본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 포함)와 교토시의 공통점은 도시의 자유로운 문화와 대학의 자유분방한 정신에 기초한 연구경쟁력을 토대로 성장해왔다는 점이다. 두 지역은 '실질적 의미에서의 캠퍼스'인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스탠퍼드,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산호세 주립대와 같은 연구력이 뛰어나고 진보적인 학교들 덕분에, 그리고 교토대학과 인근 38개 대학 덕분에 세계적인 기업들의 본거지로서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교가 기업을 움직이고 있지 기업이 학교를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지역발전의 선결조건이 바로 지역대학들의 발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대구가 진정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창의성과 자유로움을 존중하는 지역문화를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 지역대학들을 지원해 스탠퍼드대, 교토대와 같은 세계적 지방대학을 육성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재훈(교육부 대학발전기획단 지방대학발전분과장'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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