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위기?…최측근 진영 장관 항명, 취임 7개월만에 불협화음

입력 2013-09-30 11:15:56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취임 7개월여 만에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자신의 최대 복지공약인 '기초연금'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항명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진 장관은 정홍원 총리의 사표 반려와 청와대의 업무복귀 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정부의 기초연금방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사퇴의지를 번복하지 않았다.

진 장관은 지난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그가 박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든 모양새가 노출되자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당혹해하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 불이행으로 인해 '원칙과 신뢰'라는 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큰 상처를 입은 데 이어 자신의 최측근마저 등을 돌리고 떠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진 장관의 사퇴는 최근 불거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과 양건 감사원장의 갑작스런 사퇴와 맞물리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칫 국정원 사태를 둘러싼 민주당의 장외투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하반기 국정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와 내각 및 정치권과의 충돌 및 소통 부재는 지난 8월 청와대 개편 이후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똥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물러나게 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당정청' 장악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는 진 장관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등의 비난을 내놓으면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0일 진 장관에 대해 "기초연금에 대한 소신이 다르다면 처음부터 장관직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었느냐"며 진 장관이 '양심의 문제'라며 정부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지적한 뒤 "정책 결정은 장관이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한다. 그래서 집권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성토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가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로까지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당장) 개각은 없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강조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30일 "지금 단계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개각은 없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의 사표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수석의 이 같은 화법은 진 장관의 사표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당분간 현 내각 체제로 국정을 이끌고 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 장관 외에도 검찰총장 등의 개각 수요가 생기긴 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정기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개각을 통해 현 체제를 바꿀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진 장관이 업무에 복귀할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하다는 점에서 조만간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항명사태를 수습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당장 개각을 하지는 않더라도 지난 8월 전격적인 청와대 인사를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섰던 것처럼 의외의 인사카드를 선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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