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칼럼] 대구 글로벌 임상연구 서밋

입력 2013-09-30 11:38:54

세계 각국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는 의료산업의 성장에 뛰어들었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금융 완화와 재정 지출을 통한 공공사업 확충에 이어 의료산업을 아베노믹스의 최종 목표인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결정했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셈이다. 일본은 2010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가 인구의 23.1%나 될 정도로 늙었다. 이 '늙은 일본'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의료산업이 곧 세계가 필요로 하는 성장산업임을 직시하여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간판 의료산업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연구가 가져올 재생의료 분야의 성과와 부가가치이다.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일본은 문부과학성'후생노동성'경제산업성 등으로 찢어진 의료산업 육성 기능을 한데 모아 컨트롤타워를 만든다. 바로 미국 국립의료원(NIH)과 같은 일본판 NIH 구축이다. 재생의료 연구를 활성화하고 의료산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검증에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약사법을 뜯어고치고, 부처 칸막이를 허물었다. 미쓰이물산, 도요타통상, 이토추상사 등 일본 종합상사들도 의료산업 수출에 팔을 걷어붙이며 민'관'학이 똘똘 뭉쳤다.

미국의 의료산업에 대한 애착은 이보다 훨씬 더하다. 미국은 한 해 2.48조 달러, GDP의 17.6%를 의료 비용으로 쓴다. 각국 인종이 섞여 사는 미국은 세계를 공략할 새로운 의료산업을 발굴하기 위해 자국에 들어와 있는 각 나라의 민간요법까지 수집하고, 그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동양의 전통적인 수행법인 명상이 미국 의료계와 결합되어 치유 기능을 밝혀내고 명상치료로 발전했듯이 통합의료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명상을 의학 영역으로 끌어들인 미국은 또 하나 거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바로 양'한방 통합의료이다. 양'한방 통합의료의 파트너로 최적국은 대한민국이다. 일본은 이미 전통적인 의술이 대부분 사라졌다. '황제내경' 비법을 지닌 중의학은 굉장한 경험과 역사를 지녔지만, 신뢰성이나 과학성 혹은 근거 확보 면에서 가야 할 길이 멀다.

이런 와중에 대구가톨릭의료원이 세계 최고인 미국의 의료진들과 연결이 됐다. 2003년부터 대안 의료 프로그램을 가동해온 조지타운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대구가톨릭의료원은 양한방 통합진료를 향해 대구한의대와 손잡고 정부 예산을 확보하여 재단법인 통합의료진흥원을 발족시킨 데 이어 하버드대학과도 손잡는 개가를 이뤘다.

세계 최고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은 8%, 약 90조 규모이다. 의료 현실은 진료에 치중되어 있고, 임상이나 기초연구는 취약하다. 의료산업 마인드도 떨어진다. 휴대폰 이후 시장을 염두에 둔 삼성이 의료산업에 눈을 떴다고는 하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가대의료원과 통합의료진흥원은 하버드대 다국가 임상시험센터(MRCT)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10월 1, 2일 세미나를 갖는다. 이 세미나에는 화이자 한국대표도, 한 해 5천억 원의 연구비를 쓰면서 1천 명의 펠로와 함께 일을 하는 책임자급도 온다. 모두들 미국으로 달려와서 만나려고 해도 만나기 어려운 이들이 한국의 대구까지 오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메디시티를 지향하는 대구도, 의료산업에 뜻을 품은 기업들도 몰려와야 한다. 양방 한방으로 칼날을 세우지만 말고 지역 의대 한의대 약대들도 관심을 갖고 현장을 찾아보아야 한다.

이미 하버드 의대 다나피버 암센터의 통합의료센터인 자킴센터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하버드대'조지타운대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대구가톨릭의료원과 통합의료진흥원이 마련한 글로벌 임상연구 서밋을 지역사회가 놓쳐서는 안 된다.

기초연금 파동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지역 기관장이 이번 행사를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의료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이며, 고령화 시대의 유일한 성장산업이라는 주장은 귀가 따갑게 들어왔지만 뭐 하나 속 시원하게 달라진 것은 없다. 국제사회가 다 지켜보는 글로벌 임상연구 서밋은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의료산업을 이끌어가려는 지역사회 리더들은 꼭 가봐야 할 행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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