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정부 수뇌부의 가장 큰 걱정은 일본 여성에 대한 점령군의 무차별 강간이었다. 전쟁 중 황군(皇軍)이 점령지에서 강간을 일삼았고 수많은 타국 여성들을 성 노예로 삼았던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사태에 대한 공포심은 매우 컸다.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방책은 참으로 '일본적'이었다. 전쟁 중 운영했던 위안소를 벤치마킹해 국가 공인 점령군 전용 매춘 조직을 만든 것이다. 이른바 RAA(Recreation and Amusement Association'특수위안시설협회)이다.
연합군은 이런 시설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항복 후 3일밖에 안 된 1945년 8월 18일 내무성이 전국의 경찰에 비밀 무전을 보내 각지에 '점령군 전용 특수위안시설'을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해서 8월 27일 무려 1천360명의 위안부를 거느린 도쿄의 '1호점'을 시작으로 1946년 연합군 최고사령부의 요구로 폐지될 때까지 전국 20개 도시에 위안소가 세워졌다.
지원 여성 중 중 상당수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전혀 몰랐다. 모집 광고는 애매모호해 지원자가 할 일이 '매춘'임을 알아채기가 매우 어려웠던 데다 '의식주 제공'이란 조건은 가난한 여성에게는 떨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러나 RAA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많은 여성은 큰 충격을 받았고, 정신이상이 되거나 자살하는 여성이 속출했다. 결국 국가가 자국 여성을 속인 것이다.
이 같은 국가 차원의 윤리적 타락은 당시 일본 주류 세력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도구적 이성'의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RAA는 정부와 민간사업자가 절반씩 출자해 설립됐다. 설립 자본은 1억 엔으로 패전으로 피폐해진 당시 일본에는 엄청난 액수였다. 이에 대해 당시 RAA에 대한 정부 지원 담당자로, 훗날 총리에 오른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대장성 주세(主稅)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조를 지키는 데 1억 엔이면 싼 거지."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분쟁 지역에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3년간 30억 달러(약 3조 3천억 원)가 넘는 돈을 내놓겠다고 했다. 지금 국제사회의 요구는 그런 것이 아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의 진실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의 '선심'은 이런 소리나 마찬가지다. "종군위안부의 진실을 호도하는 데 30억 달러면 싼 거지."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