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서양의약 결합 "난치병 정복에 도전"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반가운 소식의 이면에는 고령화 탓에 암과 난치성 질환도 함께 늘면서 의료비 지출이 커지고 삶의 질이 떨어지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기존 양의학, 한의학의 개별의료로는 난치성 질환의 치료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 때문에 '통합의료'가 전 세계적인 흐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통합의료
통합의료(CIM: Comprehensive & Integrative Medicine)는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이 함께 연구하고 의료기술을 공유해서 난치병 환자의 치료율을 높이고, 질환별 진료 프로토콜(표준지침)을 함께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대구가톨릭대 의료원과 대구한의대 의료원은 2004년부터 '통합의료진흥원'(CIMI)을 통해 활발한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서양의학과 발걸음을 맞추는 전통의학 중에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는 것이 바로 한의학(韓醫學)이다. 그러나 정작 우수성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것이 현실. 대구시 한의사회 손창수 회장은 "한의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 중에 한의학을 비과학적이고 미신으로까지 치부하면서 폄훼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한의학의 깊은 뜻과 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과학이라고 믿는 편협한 사고의 방증일 것"이라고 했다.
침치료의 효능에 대해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던 세계의 시선은 2010년 저명한 학술잡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지에 실린 논문을 시작으로 침의 작용 기전과 유효성에 관한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되면서 서서히 바뀌고 있다. 현재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 앞다퉈 침에 대한 임상연구들을 진행 중이다.
◆암 환자에 대한 통합의료 연구 활발
국내에서는 통합의료진흥원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진행 중인 임상연구는 기존의 양'한방 협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느 한쪽이 보조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상호 보완기능을 한다.
특히 난치성 질환과 암의 치료 효과에 대한 밀도 있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유방암 환자의 상열감(상체, 특히 얼굴에 열이 있거나 열증(熱證)이 있는 듯한 느낌이 있는 증상)임에 대한 침치료 연구,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림프부종에 대한 침치료 연구, 폐암 환자의 면역 및 피로도에 대한 침치료 연구, 간암 환자의 불면에 대한 침치료 연구, 항암화학요법 후의 오심(구역질)'구토에 대한 침치료 연구 등은 이미 상당히 유효한 결과를 낳고 있다. 아울러 현재 암환자들이 복용하고 있는 각종 항암제와 한약을 동시에 복용할 경우의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를 위한 동물 실험들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도 생소한 분야인 만큼 어려움도 적잖았다. 통합의료진흥원 연구교수인 곽민아(대구한의대 한방내과) 교수는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환자들도 있었고, 짧은 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없는 연구인 만큼 힘든 고비도 많았다"며 "그러나 그런 위기를 넘기게 해 준 것은 치료받은 환자들이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세계적 공동연구 통해 안전성'유효성 입증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 후유증 때문에 말초신경병증(말초신경의 병적인 변화 때문에 생기는 근육 경련 및 위축, 감각이상, 통증 등의 증상)이 많이 발생한다. 곽 교수는 "5, 6년째 말초신경병증 탓에 손발이 찌릿하고 제대로 걷기도 힘들다던 환자들이 침치료 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볼 때, 유방암 수술 후 림프부종으로 팔이 퉁퉁 붓고 통증으로 잠도 못 자던 환자들이 부종과 통증이 줄었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울러 위암 수술 후 마비된 장의 기능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침치료를 통해 회복속도가 빨라지는 효과를 확인했고, 간경화 탓에 근육 경련이 발생해 일상생활조차 힘든 사람들이 통증에서 벗어나는 것도 확인했다.
통합의료진흥원 관계자는 "올해 국내외 최초로 양약과 한약 병용투여의 안전성, 유효성 확보를 위한 인간대상 임상시험도 실시될 예정"이라며 "아울러 2014년에는 보다 확대된 규모의 양약과 한약의 병용투여 임상시험과 침 임상시험 및 심신의학(body and mind therapy) 연구도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네트워크 연구도 활발하다. 통합의료진흥원은 국제적인 연구모임인 글로벌 서밋(Global summit)을 이미 4차례 열기도 했다. 현재 중국 '톱5 병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올해 하버드대와 공동진료 및 연구협약(MOU)을 체결해 하버드대 침연구센터인 자킴센터와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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