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장성한 아이들, 명절에 모이면 감정싸움

입력 2013-09-26 14:24:21

저는 아들과 딸 셋을 둔 어머니입니다. 젊어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너무 바빠 아이들을 잘 돌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단지, 아들은 외아들이라 딸들보다 정성 들여 키운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식들이 명절 때 오면 꼭 한바탕 감정싸움을 벌입니다. 원인은 딸들이 보기에, 제가 친손자와 외손자를 대하면서 옛날 자기들을 차별하는 것처럼 똑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딸들은 명절마다 아들에게 시비를 걸어 말싸움을 시작하곤 합니다.

아들에겐 좋은 음식상으로 대접하고 딸들에겐 그 상에 숟가락만 얹어 먹게 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꺼내며 남매들의 전쟁은 시작됩니다. 저를 보고 대를 물려 차별한다고 딸들이 공격하니 기막히고 서글프며 자식을 잘못 키운 것 같아 허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명절에 이런 분란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까요?

명절을 앞두고 자식들의 귀향을 기다리는 어머니들의 마음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가족들 모인 자리에는 보름달 같은 기쁨과 행복이 둥실 떠오르기를 바라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오랫동안 형제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풀어낼 때 피어오르는 행복은 추석 음식만큼이나 달고 맛있는 기쁨일 것입니다. 또한 이를 곁에서 지켜보며 준비해 두었던 음식을 나르는 어머니 마음도 얼마나 유쾌하고 재미난 일일까요.

그러나 이런 기대했던 모습과는 달리, 자식들이 양육기에 차별받은 기억들을 풀어놓으며 원망 섞인 불평과 불손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감정싸움으로 불꽃이 튀기 시작하면 어머니께서는 힘들여 준비한 추석은 온데간데없고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는 명절 때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자녀들의 다툼을 중지시키려면 먼저 네 자녀들 속에 들어 있는 '내면의 아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고향 집으로 온 4남매의 겉모습은 성인일 수 있겠지만, 마음속엔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외로워했던 '내면의 어린 아이'가 있답니다.

어릴 때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먹지 못하고 자라면 그저 그 결핍된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며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그 부족한 영역에서만큼은 반드시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는 심리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은 여전히 미성숙한 아이의 '퇴행욕구'를 표현하면서 불편한 인간관계를 요구하지요.

귀하의 자녀들도 어쩌면 몸은 커서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린아이 상태로 머물러 있을지도 모르지요. 내면의 어린아이는 추석이라는 명절에 '그때, 거기에서' 아직도 미해결된 문제를 안고 찾아와서 결핍된 영역에서만큼은 어른답지 못한 생각과 말들을 쏟아내며 명절날 모처럼 모인 가족들에게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답니다.

어머니께서는 명절 때마다 분란을 일으키는 다 자란 자녀의 마음속에 아직도 엄마의 사랑이 먹고 싶어서 외로움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마음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따뜻하게 달래주면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빛이 편안해지고 형제를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오늘, 바로 귀하의 자녀들에게 따뜻한 전화를 걸어 충분히 주지 못했던 사랑을 지금 충분히 전하여 주세요. 그리하면, 딸들은 귀하를 존귀한 어머니로 대하여 드리는 기쁨이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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