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100년의 맛] 현풍곰탕

입력 2013-09-26 14:26:52

신선한 원료 고집… 60년 한결같은 구수한 국물맛

곰탕은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음식으로 조선 중종 때 발간된 '훈몽자회'(1527)와 김경준 등이 편찬한 '역어유해'(1690),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1940) 등으로부터 전해지고 있다. 이 책들은 한결같이 곰탕은 국에 비해 진하며 공이 많이 들어가는 진귀한 음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처음 고기물을 '쿵탕'으로 표기했고 '쿵탕'이 곰탕으로 불려졌다는 사료와 함께 또 푹 고아서 기름기가 많은 탕으로 '고음(膏飮)→곰→곰국→곰탕'으로 변한 것이라고도 혹자들은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3대 곰탕은 황해도의 해주곰탕, 전라도의 나주곰탕, 경상도의 현풍곰탕으로 손꼽힌다. 경상도를 대표하는 곰탕. 현재 3대째 옛 맛을 그대로 이어가는 '원조 현풍 박소선 할매집 곰탕'(박소선 할매곰탕)이 곧 현풍곰탕의 역사이고 대명사다.

"3대에 걸친 곰탕 맥잇기 60년. 세월은 흘러도 보약을 달이는 정성으로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 갑니다. 한길 만을 고집하신 어머님의 손맛에는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대구에서 국도 5호선상 창녕 방면으로 가다보면 달성군 현풍면 하리에 위치한 현풍곰탕의 명가 '박소선 할매곰탕'이 나온다. 국도변에 자리 잡았다.

1950년대 초반 박소선(1919~1987) 할머니가 이곳에 '일심식당' '할매집'이란 상호로 곰탕집을 운영해오다 할머니가 작고한 이후 독자인 차준용(72) 대표가 1996년부터 어머니의 이름을 딴 '원조 현풍 박소선 할매집 곰탕'이란 상호를 단 이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차 대표가 지금의 곰탕집 상호를 얻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평소 쓰던 '현풍할매집곰탕'이 상표권 소송에 휘말리는 바람에 결국 자신의 어머니 이름인 '박소선'에다 '원조'를 넣은 긴 이름의 상호가 생겨나게 된 것.

박 할머니의 식당은 원래는 곰탕전문집이 아니었다. 된장찌개 등 그저 단순한 차림의 시골식당이었다. 가끔 한 번씩 면장을 비롯한 고급 손님들을 상대로 곰탕솜씨를 발휘하곤 했다. 1970년대 구마고속도로 건설이 시작되면서 곰탕전문식당으로 자리 잡게 된다. 도로공사를 수주한 공사업체의 인부들이 어쩌다 내놓은 할매집 곰탕맛을 인정하고 너나없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곰탕 한 그릇 값은 단돈 1천원. 지금 1만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당시 물가수준으로도 저렴한 가격과 맛이 입소문을 타고 대구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이 무렵 서울에 취직해 있던 아들 차 대표도 귀향해 본격적으로 식당일을 거들게 된다. 게다가 대구에서 부곡온천을 가는 길목에 위치해 또 다른 호황을 맞는다. 이때부터 '박소선 할매곰탕'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칠순을 넘긴 차 대표는 이제 거의 식당일을 내려놓고 지역봉사에 매달리는 형편이다. 현재 달성문화원장 등 각종 사회단체장 감투만 십수 개나 맡고 있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이 가운데 돈을 써야하는 자리가 태반이다.

이 때문에 아들(차상헌)이 도축장이나 채소시장 등지에서 부산물을 구입해오는 등 바깥일을 도맡고, 부인 안순자(67) 씨가 주방관리는 물론 종업원들의 뒤치다꺼리에 나서면서 바쁜 식당일을 꾸려가고 있다.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곰탕 끓는 가마솥이 얼추 30년이 다돼 간다.

'박소선 할매곰탕'의 맛은 우선 질 좋은 재료에서 우러난다. 각종 재료를 대주는 도축장이나 과채류 시장의 업주들은 이곳 식당에 들어갈 싱싱한 물품을 아예 미리 챙겨두고 나머지 작업을 하는게 철칙이다. 확실한 단골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상헌 씨는 "대구의 도축장을 비롯해 경주, 포항, 고령 등 경북지역 곳곳을 돌며 엄선된 고기를 구입한다. 곰탕은 양념이 거의 안 들어가기 때문에 무엇보다 원재료가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특히 문을 연지 오래된 곰탕집일수록 미식가들이 많이 모여드는 이유는 경험과 감각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또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고는 시간이 적당하지 않을 경우 국물 빛깔에서 곧바로 드러난다. 국물에서 특유의 노르스름한 빛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원료구입과 제조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안순자 씨는 "곰탕의 경우 구수한 국물맛을 내는 게 핵심이다. 대부분의 이름난 곰탕집은 특유의 레시피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며 "우선 좋은 재료에 정성이 보태진다면 80~90%의 점수는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곰탕은 진한 국물맛을 살리면서 노린내를 제거하는 기술의 차이에서 평가된다. 가마솥을 충분히 달군 뒤 참기름에 고기를 볶아 냄새를 제거한다. 솥에 우족, 양, 꼬리 등을 넣고 장시간 푹 곤다. 충분하게 달인 국물에다 고기를 썰어 넣는 과정을 거친다.

곰탕의 재료는 우족과 소꼬리, 양을 재료로 하며 국물을 고는 시간도 24시간 정도로 설렁탕에 비해 많이 소요된다. 단백질과 양질의 지방이 풍부한 각종 쇠고기의 부산물이 주재료다. 쇠뼈에서 우러난 풍부한 칼슘과 여기에다 무, 파, 마늘 등에 함유된 비타민과 무기질이 곧 곰탕의 영양적 가치다.

'박소선 할매곰탕'은 최근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장학후원의 집' 1호점으로 선정됐다. 월 50만원씩 20개월 동안 DGIST의 우수학생들을 후원하는 것이다. 또 달성군 지역내 50년 이상 같은 장소에서 3대(代) 이상 대를 이어 가고 있는 '전통음식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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