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폭발 날벼락, 보상 받기도 힘들 듯

입력 2013-09-26 11:16:14

대구 남구 대명6동 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한 건물 앞에 선 정수모(66) 씨의 손에 들려 있는 건 '검정 손가방' 하나뿐이었다. 잿더미 속에서 건진 유일한 소지품이다. 23일 밤 이 건물 2층 자신의 집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정 씨는 벼락이 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순간 눈앞에 보인 것은 아래층에서 무섭게 올라오는 불길. 텔레비전을 보던 아내와 아들이 소리를 질렀고 유리창이 산산조각나면서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집에서 탈출해야 했다. 현관문을 밀었지만 열리지 않았다. 아래로 무너진 부엌 바닥을 미끄럼틀 삼아 내려왔다. 겉옷도 걸치지 못한 잠옷차림으로 정 씨 가족은 화마가 집어삼키는 집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정 씨는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신분증마저 다 타버리고 건진 것은 이 손가방 하나가 전부다"고 했다.

가스 폭발이 휩쓸고 간 대구 남구 대명6동 일대 주민들은 날벼락 같은 피해를 당했지만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집을 잃은 주민들은 하염없이 무너진 집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 건물 바로 옆에 살았던 전병열(65) 씨는 "하룻밤 사이 폐허로 변해버린 집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화환을 판매하는 심상운(38) 씨는 사고 다음날 아침에야 자신의 가게가 박살 난 것을 알았다. 아침에 보내기로 한 화환 25개가 폭발에 엉망진창이 됐다. 심 씨는 "가게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컴퓨터, 형광등, 에어컨이 고장 났다. 피해가 이만한 것이 천만다행이지만 다시 화환을 만들고 복구하는 일이 막막하다"고 했다.

무너진 집과 상점이 복구돼 주민들이 다시 예전처럼 생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다음날부터 대명6동주민센터에는 가스 폭발로 인한 피해를 신고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25일까지 들어온 피해 신고 접수는 모두 119건이다.

대구시 안전총괄과에 따르면 자연재해 외 행위자가 있다고 판단되는 재난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법적으로 지원해 줄 근거가 없다. 게다가 폭발사고로 건물 내에 있던 물건들이 모두 불에 타버린 데다 유일한 목격자인 LP가스 배달업체 사무실 종업원 A(30) 씨가 전신 3도 화상을 입어 당시 상황을 증언해주기도 힘든 상황이라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리기가 어려워 보상받을 길이 더욱 난망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폭발이 일어난 건물과 피해를 입은 건물 중 화재보험에 가입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남구청은 쉼터를 잃은 3가구에 대해 임시거처를 마련해 주고, 피해 정도가 큰 7가구에는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를 통해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 피해 구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피해 주민들을 돕기 위한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자유총연맹 남구지회 여성회와 대명6동 남녀새마을지도자는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는 주민과 수습인력들을 위한 식사와 차를 제공했고, 대구 남구 이통장연합회장 등 20여 명은 25일 도로 위 잔해물 정리와 파손 건물 천막 설치를 도왔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는 "대구시와 공동 성금 모금을 통해 피해 보상을 지원하는 방안이나 재난관리기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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