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3개월은 거짓말/곤도 마코토 지음/박은희 옮김/영림 카디널 펴냄
암 진단을 받으면 대다수 사람들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에 정신을 빼앗겨 '어떤 상태로 살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암에 대해 '진단'이라는 말 대신, '선고'라고 칭하는 것도 '암에 걸리면 곧 죽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암 전문의로 일본 게이오 대학병원 방사선과에서 30여 년 암을 진료하고 있는 지은이 곤도 마코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암과 치료법은 거짓이며, 암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암은 무조건 수술부터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지은이는 "암은 그 자체로 독소를 내보내거나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 아니다. 암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중요한 응어리가 커져서 장기나 기관을 막아 호흡 등 생명활동에 지장이 생겼을 때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다면 무리한 치료가 오히려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암의 조기발견과 조기 수술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아프다, 괴롭다. 먹을 수 없다' 등의 자각증상이 없는데,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이나 종합검진에서 발견된 암은 대부분 암이 아닌 '유사암'인데 무차별적으로 절제하는 수술이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유사암은 생명에 거의 지장이 없다. 진짜 암은 초기에 전이가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이나 항암제 치료도 이미 늦다"고 주장한다.
책은 '대장에 생긴 폴립을 제거하지 않으면 암이 된다는 말은 병원의 세일즈이며, 폴립은 암으로 바뀌지 않는다.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채소 수프를 먹고 나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애초에 진짜 암이 아니라 유사암이었다. 내버려두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암이 매우 많다. 암 진단을 받고도 5년이나 10년 동안 생존해 있고, 전이가 없다면 유사암이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암진단을 받았더라도 속단할 필요가 없다. 다른 병원에서 다른 의사의 의견을 묻는 등 충분히 납득하고 확인한 후에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 진짜 암이라면 암 줄기세포가 태어난 순간에 전이되어 마지막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빼앗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와 있는) 최신장비로 조기발견을 해도 이미 전이된 후다"라고 말한다. 그런 까닭에 수술은 성공했다는데, 암이 재발하거나 환자가 죽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수술이 성공했다'는 의사의 말은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을 것 같다'는 정도이지 암이 나았다거나, 나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를 주장하는 예방의학은 '환자를 부르는 의학'이며, 암 검진을 통해 암을 고칠 수 있다면 몇백만 명이 검진을 받고 있는 일본의 암 사망자수가 서양에 비해 크게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늘고 있다. 검진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사망률은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이미 폐암 검진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의미도 없는 종합검진, 암 검진을 하느라 정작 필요한 응급의료 등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또 '함암제는 독'이라고 주장하면서 "암의 90%를 차지하는 고형암에 대한 항암제 치료가 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임상자료는 없으며, 항암제의 독성이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서양의 상식"이라고 말한다. 그는 항암제로 고칠 수 있는 성인 암은 급성 백혈병, 악성림프종, 고환암, 자궁 융모암 등 4가지 정도라고 말한다. '항암제가 효과가 있다'는 의사의 말은 '암 덩어리가 일시적으로 작아진다'는 의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고형암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無)치료다. 치료는 암으로 인해 통증과 고통이 생겼을 때, 생활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적극적인 치료보다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치료를 받는 쪽이 낫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은이 곤도 마코토는 1995년 '암과 싸우지 마라'는 책을 펴내 일본에서 50만 부가 팔렸으며, 암에 대한 적극적인 진료와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을 펼쳐 일본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257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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