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지방법원 하나 더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북도청 이전'이 계기다. 사실 2007년 대법원이 규모가 큰 전국의 지원 중 일부를 지방법원으로 승격하는 안을 검토하면서 안동지원을 지방법원으로 승격시키고, 경북의 다른 지원들의 관할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흐지부지해졌다가 도청 이전을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가칭 '경북법원' 필요성에 대한 주요 논거는 520만 명이나 되는 대구경북의 인구 규모 등을 볼 때 지방법원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대구지방법원이 지도 상 남쪽에 치우쳐 있어 경북 북부지역민들의 사법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그동안 불편을 감수해왔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법원 내부 사정이긴 하지만 대구엔 자리가 없어 울산, 부산, 창원으로 떠돌아다녀야 하는 부장판사급 이상 인사 문제도 심각하다.
조금 더 안을 들여다보면 경북법원의 필요성은 좀 더 명확해진다. 대구경북보다 인구가 160여만 명 정도 더 많긴 하지만 부산'경남(680만 명)엔 부산지법과 창원지법 등 지법이 2개다. 여기에다 부산고등법원 산하의 울산지법까지 합하면 부산경남권엔 지법이 3개나 된다. 고등법원도 부산고법 외에 부산고법 원외재판부(창원)도 있어 고법이 두 개인 셈이다. 그런데 대구경북엔 고등법원도 하나고, 산하 지방법원도 하나뿐이다.
행정구역이 아닌 인구 비례로 봐도 그렇다. 대구경북과 인구가 거의 비슷한 광주'전남'전북(520여만 명)의 경우 광주지법과 전주지법 등 지법이 2개 있다. 대전'충남'충북(510여만 명)에도 대전지법과 청주지법 등 2개가 있다. 두말하면 입만 아프지만 인구 1천만 명의 서울엔 지법이 5개나 된다.
지역의 한 법조인은 "지리적으로 남쪽에 위치한 포항과 경주 등은 대구지법의 관할하에 그냥 두더라도 경북 중'북부지역은 잘 조정해 울산과 비슷한 인구 110만 명 정도를 관할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칭 '경북지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경북지방법원 설립 문제가 여태껏 제대로 거론 한 번 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하나는 법원만 생기는 게 아니라 검찰청도 '짝'으로 생기다 보니 지법 신설을 요구하고 나서야 할 세도가들이 검찰의 사정이 두려워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원이 있는 군의 경우 경북에 지법이 생기면 지원이 없어지거나 통폐합돼 군의 위상이 추락하고, 기득권을 뺏기는 듯한 상실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지법 신설을 반기지 않는 숨은 이유 중 하나로 얘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중론이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끈질기게 요구하고 노력해 지법을 얻어낸 창원과 달리 경북은 지법 신설에 대한 요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나 대법원 입장에선 지법이 하나 더 생기면 새로운 청사는 물론 지법원장, 부장판사 등 자리도 더 만들어야 하는 만큼 손사래를 치지 않을망정 적극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 위상이나 자존심 때문에 불필요한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것만큼 어리석고 낭비인 일은 없다. 현재 조직만으로도 지역민의 사법 접근성과 서비스가 충분하다면 지금의 체계를 바꿀 이유가 없다. 그러나 만약 지법이 더 필요한데도 국회의원 등 지역 리더들이 요구하지 않아 지역민들이 불편을 겨우 참고 있는 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경북도청은 내년부터 이사를 시작한다. 더는 미적대지 말고 제대로 된 현실 분석과 필요성 등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한다. '경북지법' 신설 여부를 공론화하고,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면 그냥 그대로 두면 된다. 그러나 결론이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준비에 나서야 한다. 경북도청이 이전하는 이번이 적기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