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수사결과 지켜본 뒤 청구 여부 결정"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합진보당 자체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범위에 드는지 안 드는지 답변해달라"는 질의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하면서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결정이 이뤄질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법무부에는 지난 4월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와 이달 5일 탈북자 단체가 낸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청원 2건이 계류돼 있다. 6일에는 법무부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통합진보당 해산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새누리당도 '이석기 의원 사태'를 진보당의 '이적성' 문제와 결부해 정당해산을 거론하고 있다.
◆정당 해산 가능한가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 해산 제도는 1960년 4'19혁명 이후 만들어진 제2공화국 헌법에서 도입됐으며 1987년 헌법에서 헌재가 정당해산 심판권을 갖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정당의 설립과 활동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이기에 정당 해산 절차는 엄격하다. 우선 정당 해산 청구 권한은 법무부가 가진다. 일반 국민이나 단체는 특정 정당의 해산을 직접 청구할 수는 없고, 정부에 청원할 수 있을 뿐이다. 청원서가 접수되면 법무부는 이 내용을 검토해 해산 청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 4월 국민행동본부 등이 제출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청원서'에 대해 법무부는 검토에 들어갔다. 이들 단체는 통진당 강령이 이적(利敵) 이념을 표현하고 있으며, 통진당의 주장이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따르는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가 이들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통진당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으며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리면 통진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 등록이 말소된다.
1987년 헌재가 정당해산심판권을 가진 이래 헌재가 정당해산 결정을 내리거나, 정부가 정당 해산을 청구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9년 진보당이 공보실에 의해 정당등록이 취소되고 행정청 직권으로 강제 해산된 게 유일하다. 하지만, 당시 헌법은 정당 해산에 대해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외국의 경우 1951년 독일의 사회주의제국당이, 1956년 독일공산당이 위헌판결로 해산됐다. 통일 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자유독일노동당과 민족연맹의 정당 자격을 부정했고, 독일 정부가 이들을 해산시켰다. 터키에서는 쿠르드족 반군과 연계됐다는 혐의로 민주사회당이 헌재의 해산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통합진보당의 운명은
법무부는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진당 당원들의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ary Organization)에 대한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란 등 해산요건을 충족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밝혀져야 가능성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해산 주장이 시기상조"라는 견해다. 또 통합진보당 구성원 몇 명이 이러한 활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정당의 강령 등 전체적인 측면에서 해산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때문에 통진당의 해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역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최초로 구속된 만큼 통진당이 해산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새누리당도 강경파를 중심으로 통진당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헌재에 진보당 해산을 요구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고,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헌법이 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포함되기 힘든 통진당을 하루속히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통진당이 해산된다고 해도 소속 의원들의 신분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다. 공직선거법 192조 등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의 의원직 상실 사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만 해산된 정당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소속 의원의 의원직 박탈, 무소속 의원직 유지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법률 해석상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더라도 소속 의원은 무소속으로 남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산 정당 출신의 무소속 의원이 다른 정당에 가입할 수도 있다는 답변도 내놨다. 현행법은 대체 정당을 만들 수 없고, 같은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지만, 해산 정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자격 규정이 없어서 제2의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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