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질서 무너지면 피해자는 바로 우리

입력 2013-09-12 07:58:49

경찰지구대 내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거나 심지어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하여 출입문 등을 파손하였다는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다. 아마도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가 되는 내용들은 매일 밤 지구대'파출소에서 발생하고 있는 소란행위들의 극히 일부일 것이다. 실제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10년 공무집행방해 사범은 전국적으로 한 해 총 1만880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1만1천864건으로 9.4%나 증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가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주취자들의 난동과 각종 공무집행방해 사건들이 빈발하게 되면 그 피해가 단지 경찰관들이 부상을 입고, 물건이 파손되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 사건 처리를 위해 경찰이 많은 인력과 시간을 빼앗기게 되어 정작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강'절도, 성폭력 범죄 등에 대한 예방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게 된다. 늦은 밤 우리 집 앞을 순찰해 주어야 할 경찰관들이 고작 술에 취해 소란을 부리는 사람을 상대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면 그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공권력 경시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되면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 위축되게 되고 그로 인해 각종 범법행위와 범죄들이 기승을 부려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이 범죄의 피해를 입게 되는 불행한 일이 생기게 된다.

또한 법질서가 무너지게 되면 선진국 진입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2011년 기획재정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에 해당하지만, 법치수준은 OECD 34개국 중 25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법질서 수준은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평균수준의 법질서를 유지하게 되면 매년 1%의 추가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결국 더 큰 경제발전을 이루고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법질서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경범죄처벌법이 개정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술에 취한 채로 관공서에서 소란행위를 야기한 자는 6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는데, 이렇게 되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주거가 분명하지 않더라도 바로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있게 되어 경찰관들이 공권력 침해 행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 남성이 지구대 앞마당에서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고, 옷을 벗어 집어던지며 소변을 보는 등 행패를 부리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을 대상으로 욕설을 하며 약 30분간 난동을 부린 것을 개정된 법률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즉심에 회부하였다. 또한, 기초수급 선정과 관련 불만을 가지고 술에 취한 상태로 주민센터에 찾아와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에게 심한 욕설을 하면서 소란을 피운 사람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형사 입건하는 등 대구경찰청에서는 현재까지 관공서 주취소란 행위자 24명을 강력하게 처벌하였다.

앞으로도 경찰은 법에 정해진 내용과 절차에 따라 제대로 법을 적용하여 더 이상 공권력이 무기력해진 모습을 시민들께 보여드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민들도 나의 준법행위가 나라를 발전시키는 초석이라는 신념을 갖고, 일상생활에서부터 기초질서, 교통질서를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조금의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질서를 지키는 나의 행동 하나로 내 주변 환경이 조금씩 바뀌고, 그러한 행동들이 모여 사회 전체에 질서 있고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오직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나라를 발전시키는 방법이 그리 어렵거나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부터 모든 시민들이 법과 질서 지키기에 적극 동참하여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선진국에 진입하길 기대해 본다.

심덕보/대구경찰청 경무과장·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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