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황족에서 평민으로 '파란만장한' 여인의 삶

입력 2013-09-07 07:42:25

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 마사코입니다/ 강용자 지음 김정희 엮음/ 지식공작소 펴냄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의 회고록이다. 이방자 여사에 대한 책 가운데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대한제국의 몰락과 함께 11세 때 일본에 볼모로 끌려간 영왕(영친왕) 이은의 동반자(1916년 약혼, 1920년 결혼)로 황족에서 평민으로 , 두 조국의 갈등과 대중의 질시 속에 살아온 파란의 삶을 기술하고 있다. '낙선재의 여인'으로만 알려진 그녀의 말년 사회복지 활동과 황실 후계자였던 외아들 이구와의 가슴 아픈 사연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자전 기록이 많지 않은 대한제국 황실 역사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직접 증언들을 많이 수록하고 있다.

1984년 경향신문에 연재된 「세월이여 왕조여」를 기본 텍스트로 하고, 이후 황손 이구가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2005년까지 조선 황실의 근황을 정리하여 보완했다. 이 책은 또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로서 고종과 순종 황제, 순명효황후(윤비) 등 역사의 회오리바람 속에 놓인 황실 인물을 직접 겪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선의 마지막 황실 연구 자료로 그간 나온 여러 가지 회고록의 오류를 바로잡고 인간 이방자의 생생한 고백을 통해 역사 속의 인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사실 관계가 부정확하거나 오늘날 읽기에 불편한 점은 바로잡고 주석으로 보충하여 당시의 증언을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풍부한 사진도 근현대사의 한복판을 들여다보게 해 준다. 회고록이 끝나는 1984년부터 이방자 여사가 타계한 1989년, 황손 이구가 비극적 죽음을 맞은 2005년까지 조선 황실 후손들의 근황도 정리했다.

이 책은 총 7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영왕 이은이 순종의 후계자가 되어 볼모로 일본에 끌려가는 망국의 시대상황을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정략결혼 내막과 영왕 부부의 만남을 3, 4부에서는 첫아들 이진의 죽음과 고종의 독립운동, 순종의 서거, 영왕의 해외 순방과 영왕의 약혼녀 민갑완 규수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한다. 5부에서는 운현궁 이우공의 죽음과 영왕의 일본생활의 고뇌가 그려진다. 6부에서는 아들 이구와 부인 줄리아의 사연과 구황실재산의 행방, 극심한 생활고와 조국의 냉대가 그려진다. 7부에서는 1970년 장애인을 돌보며 사회복지사업에 선구자로서 자활과 교육에 힘쓴 각고의 노력이 감동적으로 기록된다.

마지막으로 1985년 이후 이구의 행적과 영왕 부부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명휘원의 활동, 구황실재산의 행방, 의친왕 계열 황실 후손들의 근황 등을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389쪽. 1만3천500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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