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명절 선물 어떤 걸 고를까
추석이나 설이 되면 엄청난 물량으로 곤욕을 치르는 곳이 택배회사 외에도 한 군데 더 있다. 바로 국회 의원회관이다. 기업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피감기관에서 보낸 상자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의원들도 '잘 보이고 싶고, 챙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때맞춰 보내는 것이 관행이자 미덕이다.
국회의원 한명이 명절 때 보내는 선물은 제각각이지만 평균 30~50여 곳에 이른다. 선수가 높거나 외부 단체의 장을 맡고 있는 경우는 100곳 이상에 선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일부지만 명절 선물을 아예 하지 않고 일가 친척에게만 보내는 이들도 있다.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갑'(?)인 국회의원들은 어떤 선물을 준비하는지 살펴봤다.
◆종류도, 기준도 제각각
국회의원들이 준비하는 추석선물도 뭐니뭐니해도 '먹을 것'이 주를 이룬다. 제철 과일과 같은 수확물이 대세지만, 이를 이용한 즙, 잼, 와인 등도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육류, 견과류 등으로 대신하는 때도 있다.
정성껏 고른 제철 과일 등은 가격면에서나 차례용으로도 제격이어서 선물로 환영받아 왔지만, 종종 보관이나 늦은 배송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추석 직전 보낸 선물이 배송 물량에 밀려 늦게 도착하거나, 간혹 집을 비웠다가 늦게 되찾게 돼 상할 수도 있어서다. 한 초선 의원은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싱싱한 어류를 준비했는데 상했다며 되레 욕만 들었다"며 "선물 고르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선물 고르기는 주로 여비서들의 몫이다. 그 때문에 이들이 모인 자리에선 정보도 오간다. 다년간의 경험에서, 건강을 해친다는 말에 특정상품이 뒤로 밀리기도 하고, 쉽게 상하는 것 보다는 와인이 낫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과일이나 곡물 등 농산품을 준비하면 해마다 값이 다른 가격 때문에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장마나 폭염 등으로 수확량이 적을 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품목을 바꾸거나 양을 줄일 수밖에 없다.
선물 가격은 대체로 비슷했다. 너무 비싸도 상대에 부담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들어서 문제고, 너무 싸면 성의가 없어 보여서 문제다. 그래서 대체로 3만~5만원 선에서 결정된다. 이는 선물 대상을 몇 명으로 할지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의원이 '마당발'인 경우 선물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10만원 안팎의 선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이들 10여 명 정도에게만 보내는 것이라 선물 가격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도 까다로운 일이다. 주로 친지, 은사(恩師), 학교나 이전 직장 선'후배 등이 대상이다. 의원마다 관리대상이 정리돼 있지만,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는 유권자를 배제하는 것이 필수 작업이다. 단순히 고마움을 표하려다 곤욕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에 선물을 보낼 때면 선거법 위반 부분이 가장 신경쓰인다고 했다.
◆농촌 지역일수록 더 유리
특산물이 적은 대구에 비해 경북 지역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다. 해당 지역의 특산품을 애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농촌 지역일수록 고민이 덜하게 마련이다. 칠곡 수박, 문경 오미자, 의성 마늘, 성주 참외, 고령 딸기, 상주 곶감, 청도 반시, 최근 뜨고 있는 김천 자두까지. 선택하기도 쉽고, 지역을 홍보하는데도 이만한 것이 없다.
반면 마땅한 특산품이 없거나, 있어도 고민해야 하는 의원실도 있다. 포항의 과메기는 겨울이 제철이라 추석 선물 후보에선 제외된다. 영덕'울진 지역의 대게도 늦겨울이 돼야 하는데다 가격이 비싸 선물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경북지역 내에서도 도시에 속하는 안동'구미'포항 등은 농산물 특산품이 부족해서 걱정이다. 다른 지역에서 공수한 물건을 보내고는 있지만 '반쪽짜리 홍보' 때문에 속상할 때가 있단다. 이들에겐 '유명하다고 해서 휴대폰을 선물할 수도 없고…'라는 넋두리도 들린다. 구미의 한 의원실은 "특산품이 풍부한 지역의 의원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인근 지역 특산품을 하거나 우리 지역과 전혀 상관없는 물건을 고를 수밖에 없어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