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과학관 채용 비리, 공무원의 도덕적 파탄

입력 2013-08-30 11:15:00

기회의 평등은 사회가 유지되려면 반드시 지켜져야 할 대원칙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기회의 평등은 형식일 뿐이고 실질은 결과의 불평등으로 귀착하는 사회의 자기말살적 병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종 합격자 24명 중 20명이 부정합격자로 확인된 대구과학관 채용 비리는 이러한 자기말살적 병리현상의 병원체(病原體)가 국민의 공복(公僕)이라고 하는 공무원이란 점에서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국민 모두가 향유해야 할 공적 부문의 사유화다. 이는 장기 저성장에 따른 민간 부문의 활력 저하가 초래한 공공 부문 우위 현상의 한 단면이다. 대구과학관 채용 비리는 이런 우위를 악용한,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할 공공 부문 이익을 사익으로 독점하려는 행위다. 그런 조짐은 이미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에서 드러난 바 있지만 이번 사건이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은 조직적'계획적이며 대규모적이라는 점이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회질서 파괴 행위다.

이는 공무원에 의한 공공 부문 이익의 사유화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이란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과연 이런 현대판 음서(蔭敍)가 대구과학관뿐일까. 아닐 것이다. 대구의 섬유 관련 공공기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의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 대구시는 공직 유관단체에 대한 공직자 가족 채용을 금지하는 것을 개선방안의 하나로 내놓았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공무원의 단세포적 발상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공무원 자녀인가 여부가 아니라 채용이 공정했느냐 여부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공공 부문의 이익을 사유화하겠다는 도덕적 파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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