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부산 기장군 '해동용궁사'

입력 2013-08-29 14:01:01

바다 끼고 자전거 타면 가슴이 탁 트여

가끔 바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바다를 끼고 자전거를 타면 더 신이 나고 시원하고 가슴이 탁 트인다. 가슴이 답답할 때는 산도 좋고 강도 좋지만 탁 트인 바다를 보면 모든 것들을 날려 보낼 수 있어 좋다. 이때는 바다로 가야 한다.

이번 여행지는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에 있는 '해동용궁사' 다. 대개 사찰이 산속 깊숙이 있는 것과는 달리 용궁사는 이름대로 바다와 맞닿아 있다. 바닷물이 발아래서 철썩대는 수상법당(水上法堂)이다.

해동용궁사는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觀音聖地)의 하나로 1376년 나옹 화상이 창건한 사찰이다. 원래 이름은 '보문사'로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문창 화상이 중창하였다. 1976년 부임한 정암 스님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관음보살의 꿈을 꾼 후에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 팔공산 갓바위처럼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곳이기도 하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이번만큼 길 찾는데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일일이 확인하며 갔는데도 헷갈렸다. 그래서 잘 모르면 물어서 찾아갔다.

용궁사는 바다와 맞닿은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십이지신상이 서있었는데, 절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보였다. 한편으론 길을 안내해 주는 든든한 장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별한 것이 하나 있었다. 108계단은 올라가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은 내려가도록 설계돼 있었다.

십이지신상이 늘어선 숲길을 지나면 108계단 입구에 포대화상이 서 있는데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배 부위에 까만 손때가 묻어 있는 것이 재밌다. 워낙 많은 사람이 만져서인지 까맣게 반질반질 닳아 있었다. 아들을 얻고자 하는 어머니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절벽에는 일출을 지켜볼 수 있는 일출암이 있었다. 비록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바다와 맞닿은 여기서 일출을 감상하면 느껴지는 게 다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안내자 역시 이곳 일출은 웅장하고 장관이라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이날도 일본과 네덜란드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마치 경주에 온 것 같았다. 이들은 연신 "아름답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카메라에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 그들에게도 부처님의 자비가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많은 사찰을 다녔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사찰은 보지 못했다. 예스러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멋진 사찰과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은 역사성을 뛰어넘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찰과 바다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마치 용궁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지척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는 몸속 깊이 켜켜이 쌓여 있는 찌꺼기를 깨끗이 지울 듯 세차게 들렸다.

용궁사는 아름답고 웅장한 만큼이나 경건함과 따스함이 느껴졌다. 불교를 믿든 안 믿든 모든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 것 같았다. 바닷가에 한참 앉아 있었다. 부처님의 자비만큼이나 나 역시 주변사람을 용서해줄 수 있는 '큰마음'이 생겨났다. '그래 용서하자 언젠가 내 마음 알겠지'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랬더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이 또한 이번 여행에서 얻은 소득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었더니 시간이 꽤 흘렀다. 아쉽지만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일어섰다. 갑자기 불덩이가 솟구치는 일출을 보고 싶어졌다. 얼마나 아름답고 가슴이 벅찰까. 부처님이 있는 이곳, 바닷가에서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느껴보고 싶었다. 대구로 돌아가는 내내 부처님의 자비와 일출의 흥분이 끓어 올랐다. "꼭 일출 보러 한 번 더 가야지."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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