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형론은 만물의 형상에 상응하는 기운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는 데서 시작되었다. 아무리 풍수지리적인 요건이 다 충족된 좋은 땅이라도 그것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하고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어떠한 형태의 명당인지를 물형으로 보아 사람이나 동물, 식물, 물체, 문자 등 알아보기 쉽게 혈명(穴名)을 붙이면 그 형상의 어떤 부위에 해당하는 곳을 혈이 있다고 보는 것이 물형론의 핵심이다.
산천의 겉모양과 그 안의 정기는 서로 통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보거나 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형상에 비유하여 이름을 정하는데 주로 안산과 전주작의 모양을 중요하게 본다. 다음으로 조산이나 주변의 사격을 보면서 최종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형국이 되려면 반드시 그 형상과 관련이 있거나 필요한 물형이 닮은 안산과 사격들이 있어야 한다.
호랑이 형국이라면 그 먹이가 되는 개나 노루가, 봉황의 형국이라면 봉황 알 같은 모양의 안산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나타내는 형국 역시 책상, 칼, 붓, 화장대 등 다양한 사격이 있어야 제대로 된 형국이 되는 것이다. 형국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여 한글학회가 펴낸 '한국지명총람'(1984년), 문화재관리국이 펴낸 '한국민속종합보고서'(1990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153회나 등장한 와우형부터 품자형까지 모두 266개로 분류된다. 산 모양에는 양상(陽相)과 음상(陰相)이 있다. 양상은 주산, 내룡, 혈판, 보국 등이고, 음상은 영기(靈氣), 서기(瑞氣), 정기(精氣), 응기(應氣) 등이 있다. 그런데 양상은 밖으로 드러나 있으므로 알기가 쉽지만 음상은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어떤 풍수사는 용으로 본 반면 또 다른 풍수사는 뱀으로 보기도 하고, 호랑이로 봤는데, 개나 소로 보는 경우가 있다. 호랑이가 서 있다고 보는 경우가 있는 반면 호랑이가 앉아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달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딱히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므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다. 물형에는 동물형이 가장 많으며, 그 중 누운 소 형국을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 풍수의 본질은 생기에서 출발한다. 생기란 천지 만물을 생육하는 빛, 온도, 산소, 양분, 물 등이 혼합된 에너지를 가리킨다. 자연 상태라면 빛을 제외한 모든 요소가 흙 속에 존재한다. 생기에 감응받는 정도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니, 좀 더 길한 땅에 살거나 조상을 매장하자는 적극적인 운명 개척이 풍수 사상이다. 물형론은 풍수사가 가장 쉽게 산천 형세를 한눈에 파악하여 만물에 비유하면서 설명하기가 좋다.
풍수가'수필가(jds36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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