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에 활동한 미국 작가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는 반체제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샐 파라다이스와 딘 모리아티가 미국을 히치하이킹으로 횡단하면서 자유롭고 열정적인 삶을 느끼고 찬양하는 내용이다. 작가 자신의 도보 여행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기존 사회 질서와 경제적 안락을 거부하는 비트 문화의 상징이 되었으며 1960년대 히피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체 게바라는 20대 초반에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로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하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썼다. 아르헨티나의 상류 가정 출신이었던 그는 이 여행을 통해 세상의 모순에 눈을 떠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된다. 1969년 작 미국 영화 '이지 라이더' 역시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오토바이 여행을 통해 경직된 사회와 관습을 꼬집는다. '거지 성자'로 알려진 독일인 페터 노이야르는 집 없이 노숙하며 세계를 떠돌아다닌다. 한국에 오기도 했던 그는 문명의 이기와 물질에서 벗어나 무소유의 삶을 예찬한다.
길을 따라가는 여행과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때로는 이처럼 개인의 삶을 바꾸고 사회를 뒤흔들기도 한다. 빈곤에 허덕이다 거리로 나앉게 된 노숙자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길 위의 시간 속에서 삶을 성찰하고 사회를 돌아보다 보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걷기 열풍도 삶에 지친 사람들이 길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을 얻고자 하는 몸부림이라 할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야당 지도자로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이다. 과거에 야당 지도자들이 민주화를 위한 단식 투쟁을 벌이거나 정치 현안을 둘러싼 대결 끝에 야당이 장외 투쟁에 나서는 모습과 비슷하다. '장외 투쟁'과 '노숙 투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지만, 이 상황에 이르게 된 여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김 대표가 외부를 향해 정치적 결기를 드러내고 있으나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인 만큼 민주당 내부를 되돌아보는 기회도 될 것이다. 자신이 이끄는 민주당이 왜 낮은 지지율로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지 자성이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 역시 길 위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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