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포스코ICT 이름만 빼 주이소"

입력 2013-08-23 11:10:17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말란 거요?"

포스코ICT 자회사인 포뉴텍이 원자력발전소에 납품한 부품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언론에 알려지면서 포스코ICT는 "기사는 양껏 쓰시되 모회사 이름은 빼달라. 포뉴텍으로 보도되면 독자들은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른다"며 언론사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 사실을 들은 포뉴텍 한 직원은 "우리는 분명 포스코ICT의 자회사다. 포스코맨이 됐다는 생각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일했는데, 사고가 터지니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게 포스코 정신인가 되묻고 싶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포뉴텍의 전신은 삼창기업. 2010년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공사 대금 손실로 인한 자본잠식 전까지만 해도 남부럽지 않은 회사였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자로 핵심시설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계측제어 분야에서는 관련업계 최고임을 자부했고, 이 점 때문에 자본잠식이라는 힘든 상황에서도 포스코ICT가 비싼 값에 인수를 결정했다. 삼창기업의 강성 노조원들도 '포스코'라는 브랜드를 믿고 인력재배치 등과 같은 인수조건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런 포뉴텍을 포스코ICT가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시험성적서 위조는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향후 개선해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포뉴텍 직원들의 입장이다.

포스텍 김무환 교수는 "규제완화 차원에서 부품인증을 느슨하게 한 것이 시험성적서 위조의 원인이 됐다"고 했고,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한 관계자는 "원전안전과 관련된 사안을 어길 시에는 폐업 등 강력한 조치와 함께 필요 시 모기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했다.

포스코ICT는 회사 이름을 숨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언론에 알리는 것이 우선이다.

"삼창기업을 인수하기 전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이니 우리와 관계없다. 포스코ICT 이름만 빼면 보도해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대응은 아니 한만 못하다.

시민들은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로 인해 원전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어떤 재발방지 대책이 있는지에 관심이 높을 뿐 포뉴텍이 포스코ICT 자회사란 사실에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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