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창조가 미래창조다] <8> 대구읍성의 부활

입력 2013-08-23 07:17:12

대구읍성서 뻗어간 골목 1천여 개…제2, 3의 골목투어 자원이 된다

역사문화 콘텐츠는 도심 재생의 원동력이다.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역사문화 콘텐츠에 이야기를 입히고 공공 디자인으로 채색한 '대구 중구 근대골목 투어'는 국내 도심 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지난 2007년 이후 대구시와 중구청은 무조건 허물고 보는 국내 도심 재생 사업에서 탈피해 전통과 과거를 보존하고, 중구 근대골목이 간직한 옛 이야기들을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지난 6년간 점으로 흩어져 있던 근대골목의 역사'문화 자원들을 도심 재생 사업을 통해 선으로 연결하고, 근대골목 투어라는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3차원 입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 이후 근대골목 투어는 국내 도심 관광자원 개발 및 거리 활성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 '2012년 한국관광의 별'과 '2013년 지역문화브랜드 대상'을 연거푸 수상했다.

역사문화 콘텐츠를 통한 대구 도심 재생은 이제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근대골목에 이어 ▷대구읍성 상징거리 ▷달성토성 ▷남산화원둘레길(천주교 순례길) ▷순종황제 어가길 복원 및 조성 사업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면서 대구 도심 전체를 아우르는 역사문화 벨트화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는 것. 앞으로 4회에 걸쳐 도심의 역사문화 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대구의 새로운 시도를 조명하고, 그 비전과 과제를 짚어본다.

제2의 도심 재생에 나서는 대구(역사문화 콘텐츠에 미래가 있다)

(1)대구읍성의 부활

(2)달성토성, 대구정신 찾기

(3)힐링의 공간, 남산화원둘레길

(4)북성로의 재발견

(1)대구읍성의 부활

대구 도심은 역사문화 콘텐츠의 보고이다.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20세기 초까지 형성된 골목과 시대상이 여전히 잘 보존돼 있다. 중구 근대골목 투어가 국내 도심 관광자원 개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구 골목의 뿌리는 이제는 사라진 '대구읍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읍성에서 만나고 뻗어나간 골목길은 족히 1천여 개가 넘는다. 중구 근대골목 역시 읍성에서 뻗어나간 수많은 길의 하나다. 바꿔 말해 읍성의 원형을 제대로 복원하거나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면 제2, 제3의 근대골목 투어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읍성 시대의 종말

지금부터 불과 100여 년 전 대구 도심에는 성곽이 있었다. '대구읍성'. 그때 어르신들은 '시내에 간다'가 아니라 '성내'(城內)에 간다는 말을 썼다.

대구읍성은 1590년 토성으로 처음 쌓았다가 임진왜란 때 파괴돼 1736년 석성으로 다시 축조한 것이다. 성곽의 네 면에는 영남제일관'진동문'달서문'공북문 등 네 개의 성문이 있었다. 동남쪽과 서북쪽에 동소문과 서소문이 있었다. 성곽의 규모는 둘레가 2천700m, 높이가 5m였다.

조선시대 읍성은 우리 전통 도시 공간을 구성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 지금의 대구 도심을 이루는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 역시 대구읍성에서 유래한 지명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구읍성은 뜻하지 않게 헐리고 말았다. 1906년 11월 당시 대구군수 겸 관찰사 서리였던 박중양이 황제(순종)의 윤허도 없이 한밤중에 성벽을 허물었다. 그 뒤에는 일본거류민회가 있었다. 대구읍성 외곽의 토지 절반 이상을 소유한 일본인들이 성 안 상권까지 장악하기 위해 성벽 철거를 종용했던 것.

이후 100여 년, 읍성의 흔적은 고스란히 사라졌다. 동성로 SC제일은행 대구지점 앞(진동문), 서성로 옛 조흥은행 앞 네거리(달서문), 남성로 약전골목과 종로가 만나는 곳(영남제일관), 북성로 옛 조일탕 앞(공북문) 등 4개 성문 옛터에는 손바닥만 한 표지석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읍성의 부활

점점 잊혀가던 읍성의 기억은 지난 2009년 '동성로 공공 디자인 개선 사업'을 통해 처음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동성로 점토블록 중간에 대구읍성 터를 나타내는 폭 1.5m의 화강석을 깐 것. 대구시와 중구청이 단순히 거리를 현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성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동성로에 깔린 화강석은 당시 성을 쌓는 데 사용한 장대석(長臺石'축대 쌓기에 사용되는 길게 다듬어진 돌)을 똑같이 재현한 것이다.

이제 대구읍성은 본격적인 부활을 앞두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지난 2012년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 사업'에 착수, 내년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것.

우선 동'서'남'북 4개 성곽 길을 연결하는 '대구읍성 둘레길'이 탄생한다. 기존 동성로와 남성로에 이어 북성로(625m)와 서성로(400m) 인도 바닥에 장대석을 이어 붙인다. 길가에는 옛 대구읍성이 있던 자리라는 안내표지를 군데군데 설치하고, 쉼터까지 조성한다. 여기에 망경루, 서소문, 북문을 재현하고 주변 보행 환경을 개선해 명실상부한 관광코스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또 지난해 2월 대구읍성 역사문화 경관구축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남문 및 서문까지 복원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읍성에 이야기를 입히자

중구 근대골목은 단순한 공공 디자인을 넘어 역사문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산선교사주택~청라언덕~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으로 이어지는 골목 투어는 도심 한가운데서 근대 역사문화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색다른 매력을 제공한다.

대구읍성 역시 단순한 하드웨어의 부활이 아니라 역사문화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근대골목 투어가 그러하듯 대구읍성이 간직한 옛 이야기들을 되살리고, 점으로 흩어져 있던 역사문화 자원들을 연결해 입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구읍성 안에 집을 짓고 건물을 만들면서 생긴 골목들이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직까지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지난 5월 대구읍성 일대 조사 결과 근대 건축물 및 한옥 200여 개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보존 가치가 높은 건축물 97개를 선별해 건축물에 담긴 역사, 변천 사진, 면적 등을 조사하고 '대구 도심 건축자산의 건축물 관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 사업의 기초자료뿐 아니라 주요 보존 가치가 높은 건축물을 대구 도심 관광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 쓰인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윤순영 중구청장은 "대구읍성에 역사문화 이야기를 입히고 공공 디자인으로 채색하는 과정은 대구 도심 재생 사업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도심 재생 사업의 핵심은 대구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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