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별빛 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 맡은 혜문 스님

입력 2013-08-17 07:01:02

세상 밖으로… 수행하는 '러닝맨', 7년 전 본격적으로 마라톤 입문

7년 전 마라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풀코스 10여 차례 이상을 완주한 혜문 스님. 올해에는 제1회 영천별빛 전국 울트라 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7년 전 마라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풀코스 10여 차례 이상을 완주한 혜문 스님. 올해에는 제1회 영천별빛 전국 울트라 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지속성(인내력), 과욕은 금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수행과 마라톤은 닮아있습니다."

7년 전 마라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풀코스 마라톤 10여 차례'울트라 마라톤 5번을 한 혜문 스님(팔공총림 동화사 템플스테이 연수국장)이 이번에는 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대구불교방송(BBS)과 한국불자마라톤 동호회가 주관하는 제1회 영천 별빛 전국 울트라 마라톤 대회(9월 14일 영천시민운동장)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

혜문 스님은 불가의 좋은 가르침은 산속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되고,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기꺼이 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맡았다. 그는 "아름다운 문화도시, 별의 고장 영천에서 선비정신과 천년고찰의 수행가풍을 담아 울트라마라톤대회를 명품대회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혜문 스님이 마라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오래 전이다. 1992년 선방에서 공부를 시작할 무렵, 아무리 수행을 해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혼자 생각만 많았다. 먼저 수행을 시작한 스님은 그에게 "수행은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니고 롱런(Long Run)을 해야 하는 마라톤"이라고 조언했다.

이후 10년 동안 선방에서 수행을 계속한 혜문 스님은 학문에 왕도가 없듯 수행 역시 평생을 두고 계속해 나가야 할 과업임을 깨달았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던 그는 '지속성'이라는 키워드를 붙잡고 마라톤이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특히, 마라톤은 건강과 지구력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그의 수행에도 큰 도움이 됐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시작한 혜문 스님은 마라톤 역시 수행하듯 과욕을 부리지 않고, 오래 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주력했다. 천천히 시간 내에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풀코스를 완주하는 그의 최고기록은 3시간55분대다. "기록을 단축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서브 쓰리(3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도 이뤄내면 좋지만 기록 경신이 결코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경쟁하는 운동을 좋아했다면, 많은 다른 종목의 운동을 했을테죠."

혜문 스님은 또 세상의 과도한 욕심을 현악기에 비유했다. "현악기의 줄이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며, 너무 느슨하면 늘어져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세상 이치도 이와 같겠죠."

1980년에 출가한 그는 어릴 적 의사가 되고픈 꿈이 있었다. 이유는 아버지가 너무 일찍 세상을 뜨셨기 때문이다. 부친의 죽음을 너무 일찍 맞이한 그는 어린 마음에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아파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의사를 꿈꿨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해, 검정고시를 쳐서 대학입학 자격을 얻었지만, 고민 끝에 결국 출가를 결심했다.

출가 이후 10년 동안의 선방수행, 5년 동안의 불교경전 공부(대구시 수성구 파동 '상락선원')를 통해 지금은 동화사 템플스테이를 책임지고 있는 연수국장이 된 그는 지금의 모습이 진정한 의사가 아닐까 여겼다. "의사는 육체의 병을 고치지만, 스님이 된 저는 많은 불자들의 정신의 병을 돌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힐링'(Healing)이겠죠.

"고요하게 칩거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근원적인 수행이겠지만 지금은 템플스테이와 마라톤 등을 통해 세상과 함게 힐링을 하는 것이 제 수행입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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