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창조가 미래 창조다]<7> 의료+관광…체류형 클러스터 만들어야

입력 2013-08-16 07:18:46

3>오래 머무는 시스템 갖추자

대구 의료관광은 아직 건강검진과 성형, 미용 등에 치우쳐 있다. 앞으로 중증환자나 노인성 질환자를 많이 유치해 고부가가치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매일신문 DB
대구 의료관광은 아직 건강검진과 성형, 미용 등에 치우쳐 있다. 앞으로 중증환자나 노인성 질환자를 많이 유치해 고부가가치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매일신문 DB

대구는 서울, 경기나 부산에 비해 도시 브랜드가 약하고 해외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도 의료관광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의료기관들의 긴밀한 협력 체계로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부산과 함께 상대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대구가 명실상부한 의료관광 도시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의료관광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관광'쇼핑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해외 의료관광객이 대구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체류형 클러스터 조성 등 산적한 숙제가 많다.

◆아직은 낮은 부가가치 수준

대구의 의료관광은 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1년도 집계에 따르면 대구의 외국인 환자 수는 국내 전체 외국인 환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인 데 반해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낮았다.

대구 외국인 환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93만원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149만원)의 62.4% 수준이다. 이는 해외 의료관광객이 건강검진이나 성형, 피부미용 등에 몰렸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계는 이제 경증환자 위주에서 중증환자 위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건강검진과 성형, 미용 등에서 암이나 심장질환 등 중증환자나 치매, 관절염 등 노인성 질환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

건강검진은 2박 3일이나 3박 4일 일정이 대부분이지만 암이나 심장질환 등은 보통 보름 이상 1개월 정도 체류해야 한다. 중증환자들은 비싼 진료비를 내는데다 체류 기간도 길어 그만큼 지역에서 소비를 많이 하게 된다. 최근 러시아 중증환자들이 대구를 찾았을 때 1인당 몇천만원을 지출한 것이 좋은 예다.

기존 건강검진이나 성형 등도 스펙트럼을 넓게 잡아 서비스를 다양하게 나눌 필요가 있다. 지역 의료계는 "VIP를 위한 고급 성형 상품을 만들거나 최고급 건강검진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상품 개발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다양한 관광'쇼핑 시스템 필요

다양한 관광'쇼핑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대구를 찾는 해외 의료관광객은 근대골목이나 동성로, 동화사 등 도심 관광을 주로 한다. 이 때문에 도심에서 벗어나 권역별로 관광지를 묶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 대구에서 1시간~1시간 30분 내에 경주권, 감포'동해권, 울산'포항권, 안동권 등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관광지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1코스, 2코스 등으로 다양화해 해외 의료관광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인근 숙소나 음식점 등에 대한 정보 제공도 뒤따라야 한다.

대구시 김연창 경제부시장은 "약사 신앙의 중심지인 갓바위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대표적인 관광지로 키울 필요가 있으며 동화사를 중심으로 힐링 코스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유치도 필요 사항이다. 해외 의료관광객들이 대구를 찾으면 면세점이 없는 것을 아쉬워한다는 것이 지역의료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대구그랜드호텔에 들어설 면세점이 주목된다. 대구의료관광발전협의회 차순도 회장은 "해외 의료관광객은 대부분 부유층이다 보니 명품 쇼핑을 원한다"며 "지역에 개장할 면세점에 명품이 얼마나 들어가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료비나 음식점 할인 등 다양하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제도도 한 방법으로 제기되고 있다.

◆병원들의 인식 전환 필요

현재 대구에는 시가 지정한 31곳의 '의료관광 선도의료기관'이 있다. 이들 병원은 자체적으로 해외 마케팅을 통한 의료관광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예가 대구파티마병원이다. 병원 내 국제진료센터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편 캄보디아 프놈펜에 대구파티마메디컬센터를 개소하고 조만간 원격진료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또한 올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영남권에서 유일하게 '지역 해외환자 유치 선도의료기술 육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지원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병원은 여전히 국내 환자 진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료관광객이 앞으로 급증하는 추세에서 병원들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의료관광발전협의회 가입 병원들이 대폭 늘어나 의료관광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고조돼야 한다. 또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분야별로 특화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김 부시장은 "예를 들어 영남대는 유방암이나 갑상선암에서, 경북대는 심장병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외국에도 적극적으로 알리는 글로벌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현재는 이를 병원에 맡기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책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체류형 클러스터로 가야

고부가가치로 가기 위한 결정판은 최근 주목받는 '체류형 의료관광단지 조성'이다. 체류형 의료관광단지는 장기 체류할 수 있는 해외 의료관광객을 상대로 헬스케어와 숙박, 관광이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러스터다. 정부도 의료관광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여기고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2017년까지 전국적으로 의료관광 클러스터 조성지역 10곳을 선정한다고 밝히는 등 체류형 의료관광단지 조성에 적극적이다.

체류형 의료관광단지의 핵심은 인지도 있는 외국계 대형병원을 유치하는 것이다. 병원의 브랜드가 의료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에 이름난 외국 병원을 유치하면 그만큼 의료관광객 유치는 쉬워진다. 이 때문에 시는 수성의료지구 내에 내륙형 의료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17년까지 수성의료지구 내에 미국 마이애미대의 3개 전문 병원을 앵커시설로 유치하고 시니어타운과 쇼핑몰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 환자를 대거 끌어들인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구경북연구원 최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은 "체류형 의료관광단지뿐 아니라 메디텔(병원과 호텔의 결합된 형태)이나 양한방 통합 의료 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의료관광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중국 자본 유치는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단계적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