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세계의 희망으로] <7>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 아디스알렘'마이멕덴 마을

입력 2013-08-15 07:45:37

스무살까지 숫자도 몰랐는데 재봉틀 배웠어요

에티오피아 마이멕덴 마을 인근 학교에서 여성들이 전문 강사로부터 재봉교육을 받고 있다. 문맹률이 높아 재봉자에 있는 숫자조차 읽지 못해 애를 먹지만 주민들은 기술 교육을 받으면서 의류 장사의 꿈에 부풀어 있다.
에티오피아 마이멕덴 마을 인근 학교에서 여성들이 전문 강사로부터 재봉교육을 받고 있다. 문맹률이 높아 재봉자에 있는 숫자조차 읽지 못해 애를 먹지만 주민들은 기술 교육을 받으면서 의류 장사의 꿈에 부풀어 있다.
하일레셀라세 농업국장
하일레셀라세 농업국장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의 아디스알렘과 마이멕덴 마을은 올해 신규 지정된 새마을 시범마을이다. 티그라이주는 주지사가 직접 경상북도를 방문해 새마을 시범마을 조성을 요청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덕분에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주 정부가 원활하게 풀어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지 공무원들을 마을에 파견해 새마을봉사단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점도 특징이다.

두 마을에 가려면 우선 티그라이주의 주도(州都)인 매켈레로 가야 한다. 매켈레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다. 티그라이족은 에티오피아 전체 인구 중 6%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멩기스투 공산정권을 무너뜨리고 20년 동안 에티오피아를 이끌었던 멜레스 제나위 전 총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외국인이 밤길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안정된 편이다. 올해 파견된 새마을봉사단 11명은 새마을회관 조성과 의식교육 등 새마을 기본체계를 정비하고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행복한 아디스알렘 마을

매켈레공항에서 털털거리는 낡은 택시를 타고 시내에 도착했다. 택시 좌석은 엉덩이로 아스팔트 바닥을 그대로 달리는 느낌이다. 매켈레는 잘 정비된 도시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돼 있고 매연도 심하지 않다. 곳곳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늦은 밤에도 사람들이 활기차게 오가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아디스알렘 마을은 매켈레에서 차량으로 2시간을 더 달려야 한다. 이곳에는 430가구 1천250여 명이 산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모여있던 부녀자들이 박수를 치며 "요로로로로" 환호 소리를 냈다. 환영의 인사다.

마을은 기반시설 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마을회관을 건립 중이고, 올 초에는 지하수를 뽑을 수 있는 펌프도 만들었다. 예전에는 독일 원조단체가 만든 지하수 펌프 하나로 1천200여 명의 식수를 해결해야 했다. 마을 중심에는 그리 깨끗하지 않은 개천이 흘렀다. 식수로는 쓸 수 없고 가축들을 먹이는 데만 사용한다. 개천 너비는 20여m에 불과하지만 징검다리로만 건넌다. 폭우가 쏟아지는 우기에는 마을이 고립돼 학교나 시장에 가는 일이 불가능할 정도다. 봉사단은 이 같은 불편을 없애기 위해 교량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닭을 활용한 주민 소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봉사단은 닭 450마리를 구입해 30가구에 분양했다.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소득의 5%는 갹출해 마을기금으로 적립한다. 주민 버라한(47'여) 씨는 "6개월간 닭을 기르면서 달걀을 팔아 250비르(ETB)를 벌었다"며 "닭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삶이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벽화가 그려진 집들이 눈에 띄었다. 봉사단원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벽화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봉사단원 정은지 씨가 페인트와 붓을 꺼내 들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함께 색깔을 만들고 간단한 칠도 한다. 빨간색 작업복을 입고 장갑을 낀 아이들은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춤을 추며 깔깔거렸다. 반나절이나 계속되는 작업이지만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데스타 으랄라(42) 이장은 "새마을봉사단이 와서 깨끗한 물을 확보하고 아이들에게 미술 교육을 해주며 가까워지고 있다"며 "새마을운동으로 주민들은 함께 일하며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도약 준비하는 마이멕덴 마을

마이멕덴 마을은 아디스알렘 마을에서 차로 30분을 달려야 한다. 도로변에서 좁고 높은 비탈길을 한참 오르자 마을이 나타났다. 300가구, 2천40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은 기존의 마을 조직인 청년회와 부녀회, 농부회 등을 새마을조직으로 재편성했다. 새로 지은 새마을회관에서는 화요일마다 어린이 123명이 교육을 받고, 수요일에는 축구교실도 연다. 연기가 고스란히 갇히는 주방을 개선해 280가구에 연통을 설치했다.

특히 공동우물이 아닌 가정마다 상수도를 설치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마을 공동수도시설에서 각 가정으로 파이프를 연결해 수도꼭지를 설치했다. 지난 1년간 수도가 생긴 가구가 170가구에 이른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주민과 공무원, 봉사단원이 사업별로 1개 조를 꾸려 사업을 진행하는 점도 특징이다. 공무원은 사업별로 배치돼 봉사단과 마을 주민 간의 교량 역할을 한다. 주민들의 불편 사항이나 건의를 봉사단에게 전하고 주민 교육과 각종 인'허가 문제 등 행정적인 지원도 맡는다. 덕분에 주민들의 중요도 1순위가 공무원, 2순위가 장례식, 3순위가 새마을운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인근 학교에서는 재봉 교육이 한창이었다. 재봉실 중앙에 마련된 대형 탁자에서 직업훈련학교 출신의 전문 강사가 꼼꼼하게 재단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발로 움직이는 수동식 재봉틀이 아닌 전기 재봉틀 15대를 설치했다. 수동 재봉틀의 경우 옷을 만들어도 품질이 조악하고 제품 생산 속도가 형편없이 늦다. 전기 재봉틀 덕분에 옷의 품질이 크게 높아졌고, 기술만 익히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 다만 교육이 문제다. 워낙 문맹률이 높은 탓에 여성들이 재봉자에 있는 숫자조차 읽지 못해 애를 먹었다. 가위질이나 자에 대고 선을 긋는 자체가 난생처음인 이들도 있었다. 게브라아네냐 매브라트(27'여) 씨는 "기술 교육을 받으면서 직접 의류 장사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재봉 교육을 받은 지인 5명을 모아 정부 지원을 받아 여성 의류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봉사단원 비자발급 지원 최선"

게브레지 하일레셀라세 워레스(49) 티그라이주 농업국장은 "한국인의 근면 정신을 주민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마을운동은 지역 전체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하수 펌프와 어린이 교육, 재봉교육, 농장 조성 등 사업을 펼치면서 한국과 관계가 돈독해졌지요."

새마을봉사단이 파견된 이후 하일레셀라세 국장은 봉사단원들의 생활환경 마련과 비자 발급 업무 등에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 또 봉사단원들의 안전과 각종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새마을운동은 아바이 월두(Abay Weldu) 티그라이 주지사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라고 했다. 새마을운동이 티그라이주의 마을단위 개발 정책과 유사하다는 게 이유다. "마을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자립심을 키우며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목적이 같습니다. 특히 마을 주민 스스로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만든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죠."

그는 티그라이주의 가장 심각한 고민인 '물'과 '도로' 문제를 새마을운동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봉사단과 주 정부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국유지 제공과 마을 내 안내방송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지원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하일레셀라세 국장은 "새마을운동이 더 많은 마을과 주 정부 부처에 확산되었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새마을봉사단으로 보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파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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