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구서 국제 유·청소년 축구대회를

입력 2013-08-14 11:02:26

지난달 말 일본 후쿠오카 현 구루메(久留米) 시와 사가 현 도스(鳥栖) 시에서 열린 유소년 국제 친선 주니어 축구대회를 다녀왔다. 35℃를 웃도는 땡볕 속에서 열린 이 대회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취재를 간 기자에게 비지땀을 쏟게 했지만, 바람직한 축구 문화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줬다. 또한 스포츠 문화가 어떤 식으로 정립돼야 하는지를 깨닫게 했다.

레인보우컵은 초등학교 5학년 이하 학생들이 남녀 구분 없이 출전하는 유소년 축구대회다. 1995년 시작된 대회로 올해까지 19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대회는 출발부터 국제 교류에 중점을 뒀다. 구루메관광교류협회와 도스시교육위원회, 구루메'도스시축구협회 등 민간이 주최하고 구루메'도스 시는 후원을 맡아 대회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대회 경비는 기업 협찬 등으로 조성된 민간 기금과 출전팀의 참가비로 조달하며 구루메'도스시축구협회가 대회 운영(주관)을 맡았다. 대회 운영은 축구협회에 몸담은 사람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졌다.

이 대회는 민간 중심 국제대회로 추진'운영되고 있다. 주최 측은 구루메 시의 자매 도시인 중국 허페이(合肥) 시와 청년회의소 교류를 통해 친분을 쌓은 대구시 팀을 초청했다. 또 대회 참가 선수들의 홈스테이를 추진, 유소년들의 국제 문화 교류를 추진했다. 홈스테이는 대회 경비를 줄이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대구시생활체육회가 주관이 된 대구 대표팀은 1996년부터 이 대회에 손님으로 참가하고 있다. 주최 측은 대구 선수단의 대회 출전 경비를 전액 지원하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체재비만 부담하고 있다.

대회 방식, 장소도 주목할 만하다. 36개 팀이 6개 조로 나눠 1~6위를 가리고 그룹별로 다시 1~6위를 가리는 방식인데, 참가팀이 똑같이 6경기씩을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예선에서 탈락하면 곧바로 짐을 싸는 국내 대회와는 다르다. 1위 그룹뿐만 아니라 2~6위 그룹별 1위 팀을 시상하는 것도 독특하다. 이 때문에 참가팀은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게 된다.

첫날 경기가 열린 구루메 시 강변 축구장은 넓은 공간에 6개 면을 갖추고 있었지만, 반쯤은 풀밭이었다. 강에 물이 차면 잠기는 점을 고려하고,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만든 매우 효율적인 구장이었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잔디구장을 폼 나게 조성, 전시 효과를 노리거나 비싼 비용을 받는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둘째 날 경기가 열린 도스 시는 인구 7만 명의 중소도시이지만, J1 팀인 사간 도스를 홈팀으로 둔 축구의 도시다. 홈구장인 베스트 어메니티 스타디움은 2만 4천여 석을 갖춘 축구 전용 구장이다. 놀랍게도 이 구장은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한참 전인 1996년 건립됐다.

이 대회가 준 가장 큰 교훈은 자원봉사였다. 대회를 주최한 구루메관광교류협회와 축구협회 임직원들은 헌신적으로 일했다. 대구 대표팀을 초청한 관광교류협회의 손님맞이는 절로 감사함을 느끼게 했다. 심판을 맡은 축구협회 직원들은 자원봉사였지만, 물 한 모금도 얻어 마시지 않았다. 휘슬이 울린 후 공을 찬 선수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가차없이 옐로카드를 꺼내는 심판의 단호한 판정도 돋보였다. 대회는 초청 팀을 대접하는 것을 제외하고, 철저히 경비 절감 차원에서 진행됐다.

축구협회 임직원과 참가팀의 축구 지도자 대부분은 자원봉사자였다. 한 유소년팀의 감독은 구루메 시 공무원이었다. 또 한 팀의 감독과 코치는 60대의 나이였다. 68세 감독 밑에서 아이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훈련하는 62세 코치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쳐 보였다.

우리 기준으로 보잘것없는 행사에 환영 인사를 나온 구루메 시장의 행보도 이방인의 눈을 의아스럽게 했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 기간이라 이전과 달리 시청 밖에서 열린 환영 행사장에는 플래카드 한 장 걸리지 않았지만, 시장이 찾아와 한국과 중국 선수단을 격려했다. 이 모든 것은 오늘날 아시아 최강으로 우뚝 선 일본 축구의 힘으로 다가왔다. 일본은 미래에 대한 축구 투자로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이런 유형의 대회가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참가하는 유소년 축구대회의 창설을 기대해본다.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못한 나라의 중소도시 팀들을 초청, 대회를 마련한다면 지역 알리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도 괜찮다. 대구시 등 지역 도시들이 대회 창설에 앞장서고 지역 기업이 적극적으로 후원하면 성사될 수 있다.

최신 기사